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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Sep 22. 2023

음악과 맺은 인연 (41)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은 뉴욕 맨해튼 66번가에 있는데, 그곳에 뉴욕 필하모닉의 본거지인 에버리피셔 홀과 뉴욕 시티 오페라단과 음악 영재를 키워낸다는 줄리어드 음악학교가 마치 극장을 감싸듯 둘러싸고 있었다.


극장에 대한 것 중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어떻게 동시에 그 많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릴 수 있는지, 왜 한 오페라를 잇달아 공연하지 않고 며칠 간격으로 공연하는지 하는 것이었다. 투어는 나이 지긋한 신사 분이 이끌었다. 그분 설명에 따르면 서로 다른 오페라를 며칠 간격으로 공연하는 것은 무엇보다 관객이 그것을 원하고, 그렇게 몇 편을 동시에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며칠 간격으로 무대에 서다보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면서 동시에 정말 부러웠다. 이렇게 무대가 활성화되어 있으니 좋은 연주자들이 생겨나지 않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소품실에서는 사진은 찍지 못하게 했다. 그건 다른 극장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건 무대장치나 소품을 저작권 대상으로 여기는 것인 까닭으로 보인다. 소품들은 생각과는 달리 모조품이 드물었고 대부분 실물이었다. 소품 제작소는 생산 공장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규모가 컸다. 하지만 소품이나 무대장치를 각각의 오페라에 맞춰 만드는 게 아니라 마치 레고블록 같이 표준화해서 만들어놓고 필요한 부분을 조립해 사용한다고 했다. 이미 수많은 오페라에 필요한 소품과 무대장치를 만들어놓아서 공연할 때마다 새로 만드는 게 그리 많지는 않고, 새로운 작품을 계획하면 공사라고 할 만한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그렇게 해도 무대장치며 소품의 양이 워낙 많아 극장에 다 보관하지 못하고 허드슨 강 건너 뉴저지에 컨테이너 보관창고를 두고 그곳에서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쓴단다. 그런데 그 창고에 보관하는 양이 컨테이너로 500개가 넘는다고 했다. 무대 뒤로 돌아가 보니 시설을 반입하는 문이 바로 컨테이너에 연결되도록 되어있었다. 마치 비행기 탑승교같이.


출연자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대기실은 생각보다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대기실마다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국내 몇몇 연주장의 대기실을 가보았지만 대기실에 피아노가 놓여 있는 것은 본 기억이 없었는데. 어느 대기실 입구에는 향수를 뿌린 사람은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이 있었다. 연주자가 꽤나 까칠했던 모양이다. 파바로티가 쓰던 대기실은 아예 투어용으로 남겨놓은 듯 했다.


돌아보는데 곳곳에서 리허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극장에 크고 작은 연습실이 무려 27개나 된다고 하는데, 그 개수가 놀라운 게 아니라 그 수많은 연습실의 사용계획이 시즌 초에 이미 확정된다는 말에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물론 시즌 초에 연주 일정이 확정되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연습실 사용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지만, 그 시스템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렇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이 오페라 무대가 이미 예술의 지경을 떠나 산업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투어를 이끌던 분도 그 일정표를 보면서 안내를 하고 있었다.


<파바로티가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 출연할 때 입었던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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