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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Sep 26. 2023

음악과 맺은 인연 (43)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보면 관객이 늘 정장차림이어서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정장을 입고 갔다. 몇몇 성장을 하고 온 관객들이 있기는 했어도 대부분은 평상복 차림이었다. 제대로 오페라 관객답게 성장을 하고 온 사람들은 주로 가격이 가장 높은 일층에서 관람을 하던데, 그런 모양은 우리나 별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3층 뒷좌석이기는 했어도 2층이 얕아 그다지 높다는 생각이 안 들었고, 무대 전반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오페라를 즐기기는 오히려 더 나았다. 객석을 둘러보니 관객 대부분이 은퇴할 나이의 노인들이었다. 부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젊은 사람들이 단지 여유가 없어 오페라를 즐기지 못한다면 여유가 생길 때 오페라를 찾겠지만, 취향이 바뀌어 그런 것이라면 오페라 시장의 앞날을 기약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세계에서 가장 큰 오페라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든다면 다른 지역에도 그 여파가 미칠 것이고, 결국 그 무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어 염려스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앉았는데 흑인 노인 하나가 자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관객 중에 흑인을 찾을 수 없었다. 작품에 따라 편차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수천 명 관객 중에 흑인이 단지 한 사람이니 그것이 한 순간의 현상이라기보다는 경향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물론 소수이기는 하지만 성악가 중에도 걸출한 이가 적지 않은데 흑인 관객은 왜 그렇게 적은 것일까?


오케스트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서곡을 연주하는데 마치 맵시 있게 차려입은 여인네가 사뿐사뿐 걸어 나오듯 그렇게 매끄럽게 소리가 빠져나왔다. 지금까지 들었던 오케스트라와는 소리가 달랐다. 서곡이 끝나고 등장한 성악가들은 영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좀처럼 나아지지가 않았다. 기대치가 높아서였을까?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2막이 시작되어 백작부인인 홍혜경이 등장하면서 해소되었다. 어쩐지 알만한 이름이 없더라니. 홍혜경은 그 모든 출연자들을 압도했다. 다 끝나고 커튼콜 때 주인공인 피가로와 수잔나를 제치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것도 그였다.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그의 노래는 정말 일품이었고 이 오페라의 압권이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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