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을 생각하면 아버지가 석조전 앞에서 두툼한 외투에 중절모로 한껏 멋을 내고 찍은 사진이 생각난다. 아마 지금 혜인 아범보다도 더 젊은 때이셨을 것이다.
볼일이 있어 광화문에 나왔다가 벼르고만 있던 장욱진 전시회에 왔다. 오는 길에 생각지 않았던 정오 음악회에서 재즈도 즐기고. 전시회 보고 나서는 대한제국 역사관 구경까지. 저녁에 독서모임이 있으니 오늘은 온전히 문화를 향유한 날이 되겠다.
그림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더구나 비구상은 그림인지 낙서인지 구분도 못한다. 오늘도 장욱진 작품을 보면서 중간 어디쯤 초등학생 아이들 그림 끼워 넣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궁금한 게 있다. 그림은, 그림의 가치는 무엇으로 매겨지는가? 미술평론가 이야기를 들으면 솔깃한 게 없지는 않지만 들을 때마다 화가가 정말 그런 뜻을 담아 그린 것인지 어떻게 알까 싶다. 오늘 전시회에는 그림 뿐 아니라 화가 본인이 쓴 책도 있고 화가의 지인들이 쓴 글도 육필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장욱진의 처남이 쓴 글에서 그는 그림은 보고 좋으면 그만이지 그림에서 뜻을 찾거나 그림을 분석하는 것 그림을 바르게 감상하는 태도가 아니라고 말했다더라. 오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그룹이 많던데, 정작 그가 해설을 들으면 뭐라 할까 궁금해졌다. 화가의 의중을 잘 헤아렸다고 좋아할까 아니면 택도 없는 소리라고 언짢아할까?
그런데 이렇게 이름난 그림 말고 일반적인, 조금은 평범한 그림은 가격을 어떻게 매기는 것일까. 어쩌다 초대받아 가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어도 가격을 가늠하기 어려우니 아예 가격을 물어볼 엄두를 못 낸다. 감당이 안 되는 가격이면 물어본 걸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할 수도 없고.
덕수궁 와본 게 얼마나 되었을까? 경복궁은 지금도 자주 가고, 창덕궁은 외국 손님 모시고 여러 번 갔고, 아... 혜인 아범 데리고 사진 찍어주러 온 일이 있었구나. 그러고 보면 40년은 안 넘었겠다. 그나저나 어머니께 아버지 그 사진 어디에 두셨는지 한 번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