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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Oct 13. 2023

음악과 맺은 인연 (49)

누구냐고 물으니 같은 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했다. 그러고 말길래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돌아왔다.


그게 4월인가 그랬다. 5월이 되자 비자도 갱신할 때가 되어 겸사겸사 서울을 다녀오기로 했다. 서울에 도착했는데 아들이 어버이날 선물이라며 사진을 보냈다. 얌전하게 생긴 아가씨와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이었다. 바로 베를린에서 길 지나가다 본 여학생이었다. 유난한 포즈를 취한 것도 아닌데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참 선하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 이 아이인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나도 모두. 가족이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는 것이지.


그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노트북 영상으로 만났다. 아내나 나나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 늦지 않게 아들의 짝을 보겠구나 싶기도 하고, 사진에서 본 인상 그대로 모습이며 말하는 데서 선함이 묻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누이동생 하나에 남동생 셋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다섯 남매가 모두 서른 되기 전에 가정을 이루었다. 스물다섯에 하나, 스물여섯에 하나, 스물일곱에 둘, 가장 늦었던 아우가 스물여덟에 결혼을 했다. 모두 짝을 데리고 와서 결혼하겠다고 허락을 받았으니 우리 부모님은 자식 결혼 때문에 걱정을 해보지 않으신 것이다. 모두들 일찍 결혼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들이 유학 가기 전에 짝을 지우리라 생각하고 학교 다니는 내내 세뇌를 시켰다. 졸업한 그해 오월에 무조건 결혼하는 것으로. 그때까지 짝을 찾아오지 못하면 내가 찾아다 세워놓겠다고 했다. 그런데 졸업식도 하기 전에 베를린으로 내빼버렸으니.


베를린에서 공부하는 아들과 통화할 때마다 서른은 절대 못 넘기니 알아서 하라고 오금을 박았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거기서 무슨 연애할 정신이 있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애인이 생겼다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아들은 그렇게 그 아이의 부모님께도 인사를 드렸다고 했다. 사실 아직 공부도 마치지 않은 딸의 애인을 반가워할 부모가 어디 있겠나. 그런데도 반갑게 맞아주시더라고 했다. 거기에는 지금은 사돈아가씨가 된 그 아이의 여동생 힘이 컸다. 본인이 말하기 어려운 것을 언니를 대신해서 부모님을 설득한 것이다.


몇 달 사이에 둘이 더 가까워지고 결혼을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 기왕 말이 나왔고 그렇지 않아도 두 사람 모두 객지에서 고생하는데 결혼을 더 늦출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것은 우리 생각이고 딸 가진 부모로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는 아들의 부모로서는 결혼 이야기 꺼내는 것이 죄송할 뿐이었고. 다행히 양쪽 어머니들 사이에 이야기가 잘 진행되어 아이들이 있는 베를린에서 상견례를 하기로 했다. 마침 그쪽 부모님이 독일에 볼 일이 있었고, 나도 서울 가기보다 편하고, 그러니 아내만 오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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