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음악과 맺은 인연 (50)

by 박인식

상견례 날짜를 잡고 아내는 그보다 일주일 먼저 베를린으로 갔다. 어지간한 건 그 일주일 사이에 어머니들끼리 다 이야기를 마치고 아버지들은 그저 인사만 나누면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베를린 테겔 공항에 내려 아내와 아이들을 만났다. 그런데 며느리 될 아이가 생각보다 훨씬 커보였다. 길에서 처음 봤을 때 내가 키가 작다고 한 말이 마음에 걸렸던지 아들이 그 아이에게 생전 신어보지 않던 하이힐을 신으라고 한 모양이었다. 사실 며느리는 작은 키가 아니다. 아들이 워낙 커서 그렇지. 나는 단지 두 사람 키가 너무 차이나서 볼썽사나울까 걱정했던 것이고.


며느리 될 아이와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아이를 우리 사이에 앉게 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결혼 청첩장에 그 사진을 넣었더니 선배 한 분이 사위 얻는 거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이가 우리와 닮아 보였던 모양이다. 그것도 기뻤다. 그 사진을 지금도 가끔 꺼내보는데 여전히 흐뭇하다.


그 자리에서 아이에게 굳이 불편한 신발 신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생전 신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보니 걸음걸이가 영 위태로워 보였거든. 괜한 소리를 해서 그런 것이라며 정말 괜찮다고 했다.


다음날 상견례에서 사돈 내외를 만났다. 바깥사돈은 나와 동갑으로 인천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 교회는 장애우들을 위한 여러 가지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장애우들 사이에서는 꽤 소문이 난 곳이었다. 교회 개척 때부터 장애우들과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왔는데 그 일을 안사돈이 돕고 있었고. 동갑에 신앙 배경까지도 같으니 첫 만남부터 거리감이 없었다. 결혼 일정은 다 정해진 상태라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다음날 두 가족이 드레스덴에 가서 하루를 보냈다. 날씨도 아주 쾌청해서 젬퍼 오페라극장으로, 츠빙거 궁전으로, 가톨릭 궁전교회로 두루 돌아다니며 동독의 문화유산을 만끽했다. 오후에는 엘베강에서 유람선도 타고. 드레스덴에서 돌아온 다음날 바깥사돈이 집례해서 약혼예배를 드렸다.


우리야 감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사실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선뜻 결혼을 허락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들이 아직 공부도 마치지 않았고, 공부를 마치고 나서도 딱히 전망이 보이지 않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바깥사돈이 상견례 자리에 올 때까지 이 결혼이 옳은 건지 확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상견례 자리에서 십일조를 짐으로 여기지 않는 아이를 며느리로 얻게 해주시라고 기도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해 겨울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마지노선으로 정해놓은 아들 나이 서른을 열하루 남겨놓고. 결혼식 있던 날, 몹시 추웠다. 아내는 시어머니 자리가 사나우면 결혼식 날 날씨가 춥다더라면서 끌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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