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살면서 제일 아쉽던 게 한국방송을 못 보는 것이었다. 부임 초기에는 사우디 인터넷이 하도 느려서 TV 예능 프로그램 하나 다운로드 하는데 대여섯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래서 출장 올 때 연속극이나 예능 프로그램 파일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제일 반가웠다. 그렇게 받는 파일을 서로 나눠서 보고 바꿔서 봤다. 몇 년 지나 인터넷이 빨라지고 나서는 같은 날 방송을 볼 수 있었다.
팟캐스트 방송이 생기고 나서 바로 애청자가 되었다. 그렇게 처음 듣게 된 것이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였다. 운전하면서도 듣고 운동하면서도 들었다. 지금은 <지구본 연구소>로 유명해진 최준영 박사께서 국회 입법조사처에 근무할 때 토요일마다 나와서 도시 이야기며 정부기관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그러다가 <신과 함께>라는 팟캐스트 방송이 생겼다. 지금은 상장을 앞두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 <삼프로TV>이다. 첫 방송부터 들었으니 <삼프로TV>의 태동과 성장을 모두 지켜본 증인인 셈이다.
당시 현장이 네댓 시간 걸리는 곳에 있어서 출장 갈 때면 동무 삼아 아내와 함께 다녔다. 사실 사막을 서너 시간 운전해서 건너간다는 게 몹시 지루한 일이다. 졸리기도 하고. 그때 김두얼 교수께서 강의하던 미국 경제대공황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들었다. 그래서 아내나 나나 문외한 치고는 경제대공황에 대해 아는 척 할 수준까지 되었다.
간혹 방송에서 사우디와 관련한 내용을 다룰 때 이해를 돕기 위해 몇 번 문자를 보낸 일이 있었고, 그 일로 인연이 되어 서울에 돌아와 이진우 기자께 밥도 한 번 얻어먹었다. 그렇게 해서 경제기자 몇 분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번역서 내고 나서 그중 한 분인 권순우 기자의 호의로 <삼프로TV>에 출연도 하게 되었다.
<손에 잡히는 경제>나 <삼프로TV>의 <언더스탠딩>은 모두 까다로운 경제 현안을 그야 말로 손에 잡히게 전달하는데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지금도 매일 거르지 않고 듣는다. 그중에서 외신을 담당하는 어예진 기자는 지난 번 혜인 엄마가 서울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음악 강의를 할 때 아이와 함께 참석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마침 10월에 일정이 조금 여유가 있다고 해서 사우디 현황에 대해 설명을 해주겠다고 자청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게 자리가 커져서 이진우 기자, 안승찬 기자까지 참석한 강의가 되어 버렸다.
아내가 고맙다고 어 기자께 작은 선물을 하나 사서 보냈는데, 어 기자는 아내가 함께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부러 먼 곳까지 가서 재벌회장님이 드셨다는 두텁떡을 사와서 건네줬다. 혜인 엄마 일도 고맙고 오늘 뜻하지 않게 좋은 기회를 갖게 해준 것도 고마운데, 일부러 선물까지 준비해준 어 기자께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어 기자께서 우리 혜인 엄마와 동갑.
오늘 강의에 참석하신 여러분들께서는 오늘 강의를 그동안 좋은 방송 값없이 들은 구독료로 여겨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