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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Nov 04. 2023

음악과 맺은 인연 (56)

그저 막연히 좋아하던 음악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1983년에 열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10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였다. 그 영상을 보면서 오페라의 매력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많은 성악가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에서 ‘Ernani involami’를 부른 불가리아 출신의 소프라노 안나 토모와 신토우였다. 이 글을 쓰면서 예전에 챙겨놓은 자료들을 보니 언젠가 아들이 이 분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촬영일자가 2012년 2월이다. 공부를 마치기 전인데, 이 분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내가 알 정도라면 세계적인 성악가가 아니겠나. 아들이 그런 성악가들과 함께 무대에서 노래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요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벌써 작고한지 2년이나 되었지만 젊은 날부터 알고 있었던 슬로바키아의 드라마틱 소프라노인 에디타 그루베로바와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이 유럽 무대에 섰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2015년 5월 그와 함께 공연한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에서 그는 노르마 역을 맡았고 아들은 오로베소 역을 맡았다.


비스바덴 극장만 그런 것은 아니고 유럽 오페라극장 대부분이 5월에 오페라 축제를 연다. 예산의 상당 부분을 들여 유명한 성악가들을 초청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그 극장에 소속된 성악가들은 무대에 설 기회가 별로 없다. 5월 축제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에디타 그루베로바와 함께 공연했던 그해 5월 오페라 축제에서 아들은 테너 호세 쿠라, 바리톤 사무엘 윤과 함께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에 출연했다. 호세 쿠라는 카라바도시 역을, 사무엘 윤은 스카르피아 역을, 아들은 안젤로티 역을 맡았다. 다음 해 1월에는 호세 쿠라와 쾰른 극장에서 함께 공연했던 <오텔로>를 비스바덴 극장에서 다시 만나 함께 공연했다.


파바로티와 도밍고와 카레라스가 로마 월드컵 전야제에서 공연한 것이 쓰리 테너 콘서트로 이름을 얻고 나서 이와 비슷한 기획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쓰리 베이스이다. 마티 살미넨을 비롯한 핀란드 베이스 세 명이 연주한 실황음반이었다. 아들이 베이스이다 보니 특히 베이스 음반을 많이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손꼽을만한 음반이었다. 아들은 다음 해인 2016년 오페라 축제에서 바로 그 마티 살미넨과 무소르그스키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에서 함께 출연했다. 마티 살미넨은 타이틀롤인 보리스 고두노프 역을 아들은 피멘 역을 맡았다.


함께 공연하면서 마티 살미넨이 아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관심을 보이며 격려를 아끼지 않더란다. 그러면서 동전 하나를 건네주었다고 했다. ‘행운의 동전’ 뭐 그런 것이었는데 본인이 아끼던 것이라던가 뭐 그랬다.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그 이전에도 만난 일이 있었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전에도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동안 기량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니 말이다.


<소프라노 안나 토모와 신토우>
<베이스 마티 살미넨>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에 함께 출연한 호세 쿠라, 사무엘 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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