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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Dec 04. 2023

음악과 맺은 인연 (64)

런던을 몇 번 가기는 했지만 동행이 있어서 마음껏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다녀오기로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혼자서 런던을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마침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를 읽고 저자인 윤영호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깐 찾아가겠노라 했더니 흔쾌히 시간을 내겠다는 약속도 받은 터였고.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인데다가 찾아보니 항공료도 40달러라는 게 아닌가.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 돈도 얼마 안 들 것이고. 막상 항공권을 발권하려니 40달러가 아니라 200유로 아래로는 없었다. 그렇다고 약속한 걸 미룰 수도 없고. 물론 약속은 핑계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내와 런던에 갔을 때 로열오페라극장이 있는 코벤트가든까지는 가서 정작 극장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그때 사흘을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대영박물관은 아예 찾을 생각도 하지 못했고. 하필 날짜를 잡고 보니 오페라 공연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극장 투어로 만족하기로 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것 때문에 입국하는 게 달라지지 않았나 했지만 우리 여행객에게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것도 없고 시간이 더 걸린 것도 없었다. 독일에서 가는 항공편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출입국 심사도 없었던 것 같았다.     


로열오페라극장은 4백 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을 뿐 아니라 전설적인 작곡가와 성악가들이 거쳐 간 무대였는데 실내는 오히려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페라극장을 외관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유럽의 여러 오페라극장을 다녀본 일이 있어서 그런지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는지, 아무튼 그랬다. 물론 오페라극장이야 그곳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투어를 이끈 할머니의 입심 덕분에 그런 아쉬움은 많이 가셨다. 사실 그곳에서 공연 보는 것만으로 그 극장의 가치를 알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로비에서 열린 재즈 실내악 공연도 위로가 되었고.     


로열오페라극장이 자리 잡고 있는 런던 웨스트엔드는 뮤지컬극장으로도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저녁마다 약속이 있기도 했고 뮤지컬은 오페라만큼 흥미가 생기지도 않고 해서 간판 구경으로 끝냈다. 사실 거기보다는 세인트마틴인더필즈 교회에서 열리는 정오음악회가 더 궁금했지만 그것도 날짜가 맞지 않아 안에 들어가 구경하고 잠깐 앉아 기도만 하고 나왔다. 웨스트민스터 교회에 가니 마침 성찬 나눠주는 시간이었다. 예배 다 끝나고 와서 성찬만 받는 것 같아 미안해서 나가지 못했는데, 그냥 나가서 성찬 받을 걸 그랬다. 지금 생각해도 아깝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나흘 여행이기는 했어도 참 알차게 보내고 왔다. 페친 세 분을 만나 소줏잔도 기울이고, 다 늦게 런던 생활을 시작한 교회학교 제자 저녁도 사주고, 주마간산이었겠지만 대영박물관도 보고. 아침 느긋하게 펍에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도 먹고. 프랑스 사람들은 맛없는 음식을 보면 영국음식이라고 흉을 본다더라만 내게는 피시앤칩스도 그렇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도 맛만 있더라는. 물론 가격 대비.       


<Royal Opera House 로비음악회>
<Royal Opera House 의상창고>
<Royal Opera House>
<St. Martin in the Fields 교회>
<대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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