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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Dec 13. 2023

음악과 맺은 인연 (66ㆍ完)

아들은 안나 네트렙코와 공연한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를 끝내고 나서도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바쁘게 지냈다. 비스바덴극장에서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출연했고, 카를스루에극장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엘렉트라>, 그리고 독일 아이제나흐의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열린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에 출연했다. 바르트부르크 성은 바그너가 <탄호이저>를 구상한 곳이고 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해서 아들에게는 남다른 곳이었다. 그곳에서 공연한 사진을 올리니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특집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그곳을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화를 전해주셔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CBS에서 촬영하겠다고 요청을 했더니 대접이 극진하더란다. 알고 보니 미국 CBS로 오해했던 것.   


아들에게 다녀오고 나서 문득 중학교 다닐 때 김자경 오페라단에서 공연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를 보러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이 아들이 오페라 무대에 서게 된 단초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사건이 내가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고, 그래서 평생 음악을 가까이 하고 살았고, 그 영향으로 아들이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되었으니 말이다. 음악을 가까이 하게 되면서 음반을 적지 않게 모았는데, 그것이 훗날 아들의 교재가 될 줄은 몰랐다. 그저 놀랍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음악과 맺었던 기억을 돌아보며 지난 시간을 한 번쯤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들은 내년 여름에 비스바덴극장과 계약이 끝나는데 이미 올 초에 계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했고 지난달엔가 2025-2026 시즌까지 계약을 마쳤다. 그렇게 되면 비스바덴극장에서만 꼬박 12년을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쾰른극장에서 4년까지 합하면 유럽극장의 무대에 선 것이 16년. 결코 만만치 않은 유럽무대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살아남았으니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스바덴극장으로 옮겨올 때까지만 해도 공연을 보는 것이 아슬아슬 했는데 이제는 나도 관객으로서 아들 공연을 즐길 정도가 되었다.     


아들이 성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고 물으니 그저 평생 노래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자신이 꿈꾸었던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도 가능한 오랫동안 그렇게 자기가 원했던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독일 국립 오페라극장에는 종신단원 제도가 있다. 15년을 연속해서 한 오페라극장에 소속되어 있으면 주 의회의 결의를 거쳐 임명하는 것으로, 글자 그대로 은퇴할 때까지 그 극장의 단원으로 연주생활을 하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비로서는 종신단원이 되어 오직 음악에만 집중해서 자신이 성악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평생 노래하는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혹 한국 무대에 서서 친지들에게 꾸준히 성숙해가는 기량을 선보일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고.    

 

처음 이 글을 시작했을 때 그저 서른 편 정도, 많아도 마흔 편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쓰다 보니 여섯 달 동안 칠십 편에 가까운 글을 썼다. 쓰는 나도 수고했고 지루한 글 읽어주신 여러분도 수고가 많으셨다. 기왕 읽어주셨으니 앞으로도 기억해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지난 번 독창회 때 아들이 앵콜곡으로 부른 <고향의 봄>으로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허접한 글 읽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그 복을 많은 분들과 나누시기를 기원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2XScomUT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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