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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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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an 01. 2024

2024.01.01 (월)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며칠 내렸던 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만큼 날씨도 포근하고 젖었던 길도 모두 말랐네요. 아침에 어머니께 다녀오는데 모처럼 푸른 하늘이 보이더군요. 한 해를 아주 상쾌하게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께 다녀와서 성경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 구절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올 한 해 모든 분들에게 “마른 뼈 위에 힘줄이 붙고 살이 덮이고 그 안에 생기가 들어가서” 여느 해보다 활력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은퇴하고 나서도 잘 지낼 줄은 알았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가 보람되고 벅찬 날이 될 줄은 짐작도 못했습니다. 이 모두 값없이 베푸신 은혜로 가능한 일이었지요. 생각해 보면 저는 도무지 그런 복을 받을 그릇이 못 되는데 말입니다. 그저 감사할 뿐이지요.     


올해는 무슨 기도를 할까 생각하다가 작년에 기도하던 것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할 일을 기억하겠습니다.

매사에 한 발 물러서겠습니다.

덜어내는 삶을 살겠습니다.

운동을 거르지 않겠습니다.     


기도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다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흐트러질 수 있는 자신을 경계하고 오늘 하루 살아갈 방향을 되새기는 것이지요. 그리고 몇몇 분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일, 어머니와 형제와 조카들 하나하나를 꼽아가며 축수하는 일, 혜인이네 가족을 지켜주시기를 구하는 일도 빼놓지 않겠습니다.     


새해 첫 날 지인께서 선물해주신 잉크로 만년필을 가득 채우고 성경을 쓰면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뜻밖의 선물이어서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사치였는데, 이젠 거기에 잉크까지 곁들였습니다. 오랜 손때가 묻은 만년필은 마지막 날까지 잘 쓰다가 혜인이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잉크도 같이 챙겨줘야겠습니다. 잉크 한 병이면 오 년도 넘게 쓸 수 있으니 쓰는 내내 선물하신 분을 기억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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