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잉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인식 Jan 30. 2024

2024.01.26 (금)

이스탄불 여행기

신약 첫 번째 성경인 마태복음은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그리스도의 계보라”라고 시작한다. 이스라엘의 조상이 아브라함이라는 것이다. 이슬람에서도 자신들의 조상이 아브라함이라고 말한다. 다만 기독교가 적자인 이삭의 후손인 데 반해 이슬람에서는 장자인 이스마엘의 후손이라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이슬람 순례 순서에 이스마엘과 그의 어머니 하갈을 기리는 순서가 들어있다. 그렇다면 기독교와 이슬람은 한 뿌리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나는 오랫동안 이슬람에서 기독교 교리를 차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어왔다. (종교 형성 연대를 볼 때) 사실 종교가 형성될 때 설화나 다른 종교에서 사용한 장치를 차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약성경에서도 설화나 신화를 차용한 것이 드물지 않고. 이를 판단할 만한 뚜렷한 근거는 찾지 못하고 그저 기독교가 이슬람보다 육백 년 가까이 앞섰으니 그저 그렇지 않을까 짐작하는 것으로 정리.


이슬람은 알라를 섬기는 종교이고 알라는 기독교에서 섬기는 하나님과 동일한 존재이다. 이슬람의 심장인 메카 대사원은 알라의 현현으로 여겨지는 검은 돌을 보관한 카바가 그 중심에 있다. 그 검은 돌이 무함마드 선지자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라고 하니 자연히 무함마드 이전에 이슬람이 있었던 것인지 하는 질문이 생겼다.


이에 대해 “무함마드 선지자가 여러 신을 섬기던 아라비아 지방에서 유일신 알라를 섬기는 이슬람을 세웠고, 다신 숭배의 대상이던 카바의 검은 돌을 유일신 알라의 현현이라고 선언하고 다른 신을 섬기지 못하도록 만든 것”으로 정리.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낮에 돌아보았던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 지금은 모스크가 된 성 소피아 사원(아야소피아), 그리고 아야소피아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했다.


푸른 빛을 띠고 있어서 블루 모스크라고도 불리는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는 카메라에 담기 어려울 만큼 건물이 압도적이었지만 내부는 그에 비해 너무 소박했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 아흐메드 1세가 콘스탄티노플 대궁전 자리에 1616년 건설. 무슬림이 아니면 기도 시간이 아닌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고 입장료는 없다.


블루 모스크 뒤편에 있는 아야소피아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산물로, 537년 동로마 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의 명으로 건설되어 정교회의 총본산 역할을 했지만 1453년 오스만 제국의 군주 메흐메트 2세 이곳을 점령해 이슬람 모스크로 사용했다. 1935년 터키 공화국 수립 후 세속주의 정책을 취한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박물관으로서 개조하고 회칠에 가려졌던 정교회 성화를 일부 복구했다. 그러다가 2020년 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다시 모스크로 바꿨다.


불과 며칠 전까지 무료 개방하던 것을 1월 15일 유료로 전환. 입장료가 무려 25유로. 아야 소피아 박물관도 25유로. 두 곳을 함께 관람하면 47.5유로, 거의 7만 원. 며칠 전 4만 6천 원이나 내고 돌아본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실망한 기억이 있어 잠시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 거금을 투척. 들어가 보니 블루 모스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고 박물관 내용도 충실했다. 모두 한국어 이어폰이 있어서 편안했고. 박물관 전반부는 이스탄불 역사를 영상으로 구현해놔서 아야소피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우디에 오래 사는 동안 꾸란에 대해 들은 게 있어서 그런지 꾸란과 관련한 유물을 꽤 오래 돌아봤다. 기도 시간을 측정하는 해시계는 뜻밖의 소득이었다. 낮에 드리는 기도야 해시계로 판단한다지만 해 지고 나서 드리는 기도 시간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궁금했거든. 동로마 제국 유물인 성배를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자세히 사진을 찍어 매주 성찬 베푸시는 목사님께 보내드렸다.


돌아오는 길에 고등어 케밥 냄새를 맡고 가기 전에 반드시 먹어보기로 결심.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와 같은 GCC 국가이고 예멘 전쟁에서 함께 싸운 혈맹이고 이슬람으로 끈끈히 묶여있지만 사우디에 살면서 당장 GCC가 해체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에 답이 될 만한 좋은 자료도 받고 좋은 책도 추천받아 바로 아마존에 주문했다. 7백 페이지 가까운 벽돌책인데, 책을 쌓아놓기만 해서 어쩌자는 건지.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
<아야 소피아 사원>
<아야 소피아 사원>


매거진의 이전글 2024.01.25 (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