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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여행 팁

by 박인식

터키 수도는 앙카라이지만 최대 도시는 인구 1천6백만 명이 사는 이스탄불이다. 도시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해협 동쪽은 아시아 지구 서쪽은 유럽 지구인데, 유럽 지구는 바닷물이 안쪽으로 들어온 골든혼(Golden Horn, 금각만)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성 소피아 사원이나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 톱카프 궁전과 같은 유적지는 구시가지에 있고 신시가지에는 초대 대통령이자 터키의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케말파샤 아타튀르크가 살던 돌마바흐체 궁전이 있다.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걸어서 이십여 분, 혹은 푸니쿨라 한 정거장 거리에 이스탄불의 다운타운이라 할 수 있는 탁심 광장이 있다. 아시아 지구에는 현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건설한 초대형 모스크가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한 유적이 없지만 카디쿄이 지역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모여 있다.


이스탄불은 여러 면으로 서울과 흡사하다. 외식을 포함한 생활 물가도 비슷하고, 치안은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잘 유지된다. 지하철과 버스, 해협을 건너다니는 페리, 심지어 골든혼에서 피에레 로티 언덕에 오르는 케이블카까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어 이동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교통카드를 이용할 경우 회당 요금이 17.7리라, 780원으로 서울보다 싸다. 다만 환승할인이 안 되고 지하철에서 인터넷이 잘 연결되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다. 페리며 케이블카 요금도 마찬가지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이 아름다운데 이곳을 돌아보는 1시간 크루즈가 100리라, 4,400원 정도 한다. 그런데 해협을 건너거나 해협을 따라 운행하는 페리를 사면 일반 교통 요금으로도 충분히 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관광 명소로는 궁전, 박물관, 모스크를 꼽을 만하다. 우리에겐 성 소피아 사원으로 알려진 아야소피아 모스크는 입장료가 25유로, 36,000원으로 상당히 비싼데 그곳 말고는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아야소피아는 애초 동로마제국의 성 소피아 사원이던 것이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하면서 모스크로, 이후에 박물관으로 유지되어 오다가 2020년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시 모스크로 전환했다. 궁전이나 박물관 모두 입장료가 25~45유로로 상당히 비싼데 자국민 입장료는 이의 1/10도 안 된다. 관광객이 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 관광객 유치에 꽤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책은 이와 반대이니 말이다.


엄청난 입장료에 비해 볼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유럽을 여행해본 이들이라면 그저 겉에서 한 번 둘러보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특히 그렇고, 궁전 외관도 가까이에서보다는 페리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것이 훨씬 낫다. 대신 그 비용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을 바라보는 카페나 레스토랑, 혹은 젊은이들이 핫플레이스로 여기는 카디쿄이(아시아 지구), 카라쿄이(유럽 지구 신시가지), 발랏(유럽 지구 구시가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할 만하다. 물론 내 취향이다.


시내 어느 곳에서나 모스크가 최소한 서너 개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모든 모스크가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규모가 크다. 국왕의 명칭이 ‘이슬람 두 성지의 수호자’인 사우디 리야드에서는 이만한 크기의 모스크가 두세 개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면 터키 사람들이 사우디가 아니라 자신들이 이슬람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가 가기는 한다. 하지만 사우디에서는 어디에서나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스탄불에서 일주일 머무는 동안 기도하는 모습을 아무 곳에서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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