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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쓰레기 처리

by 박인식

사우디에 쓰레기 소각장을 팔아보겠다고 칠팔 년을 공들였다. 쓰레기는 넓디넓은 사막에 갖다버리면 되는 줄 알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돈 들여 쓰레기를 처리하라고 설득하는 게 쉬운 일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되돌아서야 했다. 메디나에서 쓰레기 처리 컨설팅을 할 때 매립장을 돌아보고 충격을 받았다. 청소부 월급이 120달러라고 했다. 그들이 사는 숙소는 집이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모두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었지만 어떻게 그 돈으로 사람을 쓸 수가 있는지 아직도 불가사의하다.


그들은 해가 넘어갈 때 일을 시작해서 동트기 전에 끝냈다. 가능한 사람들 눈에 띄지 말아야 했기 때문이다. 험한 일은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도 싫어했다는 말이다. 그런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내게 훤한 대낮에 뒤에 차가 밀리던 말던 아랑곳없이 쓰레기를 치우는 독일 청소부들의 모습이 여상히 보일 리 없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쓰레기차만 보이면 어떻게 하나 살펴보곤 했다.


이곳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음식물, 종이류, 재활용품, 일반 쓰레기로 나누어 배출한다. 주택일 경우 쓰레기통은 대체로 120리터짜리를 사용하며 음식물은 밤색, 종이류는 파란색, 일반 쓰레기는 검정색 쓰레기통에 넣고 재활용품은 비닐봉지에 담아 정해진 요일에 내놓는다. 쓰레기 처리비는 매달 납부하는데 집마다 다른 것 같지는 않고, 어떤 기준으로 처리비를 산정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울은 대형폐기물은 처리비를 납부하고 받은 배출번호를 붙여 내놓으면 되지만 이곳은 처리장에 직접 가져가야 하고 처리비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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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아직도 공병 회수시스템이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문화로 자리 잡았다. 혜인 아범이 처음 독일로 유학 왔을 때 베를린에서 슈퍼 마다 공병 회수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십 여 년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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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이 다 해당되는 건 아니고 병에 표시가 되어 있는 것만 회수 대상이다. 크기나 종류에 관계없이 개당 25센트(350원)씩 지불한다. 공병을 제조사에서 사주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공병 값을 먼저 지불하고 반납한 후 되돌려 받는 방식이다. 야외 음식점에서도 술이나 음료수를 마실 때 잔 하나에 1~2유로를 먼저 내고 반납하면 되돌려준다. 슈퍼에 설치되어 있는 회수기에 공병을 넣으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개당 25센트로 계산해 쿠폰이 나온다. 그 쿠폰은 회수기가 설치되어 있는 슈퍼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슈퍼에서 공병을 회수하고 보관하는 일이 큰일인데다가 그것을 현금으로 지불하니 슈퍼에서 반발이 생기는데, 이와 같이 공병을 회수한 슈퍼에서만 사용하도록 하면 그런 불만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내 눈엔 이 시스템이 아주 효율적으로 보인다마는. 한국의 관계자들이 모를 리 없는데도 도입하지 않은 걸 보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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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집 앞에 배출하면 그것을 한곳으로 모아 쓰레기차에 싣는다. 그리고 쓰레기봉투를 모으기 위해 운반차에 싣는 것이나 쓰레기차에 싣는 것 모두 인력에 의존한다. 물론 큰 쓰레기통은 기계로 싣는다. 이곳에서는 모든 쓰레기통을 쓰레기차에 달린 집게로 끌어올려 비운다. 청소부들의 수고가 그만큼 덜어지는 것이다. 냄새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더럽고 어렵고 위험하다는 3D 업무에서 어려움은 훨씬 덜해 보인다는 말이다. 낮에 근무한다는 것도 우리와 큰 차이이다. 혜인이네가 이전에 살던 아파트 옆집에 청소부가 살았다. 그저 여느 회사원과 다를 바 없었는데 일하는 모습을 보니 그럴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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