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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r 12. 2024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감사의 글

내 글이 책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귀국하고 나서 교보문고 매대에 깔린 수많은 책들을 보면서 저기에 책 하나 더 보탤 필요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속마음 한 귀퉁이에 남아 있던 욕심마저 버렸다.


그런 나를 강권해 동아시아 출판사와 인연을 맺어준 한국원자력연구원 백원필 박사가 없었더라면 이 책은 아예 발걸음도 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발걸음은 떼었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내 글은 도무지 독자의 눈길을 붙들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그런 글에 시의적절한 제목으로 대문을 달아준 동아시아 한성봉 대표와, 허접한 구슬을 꿰어 훌륭한 목걸이로 만들어 낸 김선형 편집팀장과 전인수 편집자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책다운 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이분들에게 먼저 감사를 전한다.


부족한 사람을 품어 40년 넘게 울타리가 되어준 벽산엔지니어링에 깊이 감사한다. 능력 없고 못되기까지 한 나를 선배로 여기고 따라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우디로 떠난 후 부서를 훌륭하게 성장시킨 신동춘 전무와 김요한 전무를 비롯한 후배들에게도 감사함과 아울러 미안함을 전한다. 그 감사함을 글 몇 줄로 퉁치고 넘어가는 듯싶어 민망할 따름이다.


내가 사우디에서 일하던 13년 동안 바뀐 것이 이전 수십 년 동안 바뀐 것보다 더 많다고 했다. 하지만 사우디를 떠난 후 2년 동안에 지난 13년 동안보다 더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래서 책 쓰는 것이 더욱 조심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런 2년간의 공백을 메워준 SABIC 연구소의 김상열 박사와 킹사우드대학의 고원석 교수 또한 감사를 전해야 할 분이다.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 중앙루터교회에 신앙의 둥지를 틀었다. 모두들 따듯하게 맞아주었지만 그곳이 내 교회가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어쩌면 영영 내 교회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서너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내 교회가 되었다. 우리 내외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준 최주훈 목사를 비롯한 모든 교우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 평안함 덕분에 책 쓰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일가친척도 없고 외출도 자유롭지 않은 사우디에서 13년 동안 잘 견뎌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한다. 아내의 격려 덕분에 그곳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손녀 혜인이와 혜원이는 고단한 삶을 이어나갈 이유가 되었다. 결혼해서 아이가 중학생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우리 마음을 섭섭하게 하지 않았던 며느리 예랑, 고맙다. 아이들이 어지간히 컸으니 이제는 그간 덮어두었던 역량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경쟁이 치열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들 영두, 자랑스럽다. 극장에서는 믿을 만한 동료에서 기댈 만한 동료로, 교회에서는 칭찬받는 가정에서 존경받는 가정으로 성숙해져 가기를 바란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은퇴하고 나서도 잘 지낼 줄은 알았다.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가 보람되고 벅찬 날이 될 줄은 몰랐다. 이 모두 값없이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도무지 그런 복을 받을 그릇이 못 되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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