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Review of Books 서평 게재
2020년 겨울에 본격적인 서평지인 서울리뷰오브북스(SRB)가 창간되었다. 사실 그때까지는 서평지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SRB 창간호를 받아보고 팟캐스트 방송에서 창간까지의 과정을 들으면서 비로소 여러 도시에 같은 이름의 서평지가 오래전부터 발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런던리뷰오브북스, 뉴욕리뷰오브북스, LA리뷰오브북스, 시드니리뷰오브북스에 유럽리뷰오브북스까지.
집필진의 면면으로도 내용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분들이 꾸민 서평지는 잡지라기보다는 오히려 학술지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내용의 깊이가 있었다. 해외에 있다 보니 겨울에 발간된 창간호를 봄이 다 지나고서야 받아본 것을 시작으로 귀국할 때까지 그렇게 뒤늦게 받아 읽었다. 그래서 더욱 꼼꼼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올 초에 이번에 SRB 편집장으로 선임된 분에게 원고를 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나로서야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러운 일이어서 덥석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내심 걱정이 되기는 했다. 그때부터 책을 고르고, 읽고, 쓰고, 써놓은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 한 달 남짓 그렇게 주물러 터트렸지만 원고를 제출하는 날까지 흡족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2024년 봄호에 쟁쟁한 집필진 사이에 이름 하나를 올려놓았다.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한 유정훈 변호사도 보이고, 정아은 작가의 <서울의 봄> 리뷰도 보인다. 하필이면 서울대 박찬국 교수와 김영민 교수의 서평에 이어 내 글이 실려서 그렇지 않아도 주눅 들만한 글이 이젠 아예 보이지도 않게 생겼다.
중동 경제에 관한 책을 골라 서평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꽤 많은 책을 살펴봤지만 중동 경제를 온전히 담아낸 책을 찾지 못해 걸프 시장을 직접 경험한 전문가들이 쓴 책 세 권을 골라 필요한 부분을 연결해가며 읽었다. 그래서 한국석유공사에서 석유정책을 다루던 최지웅의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에서는 ‘산유국 경제’ 초기형태를, UAE 대사를 역임한 권해룡의 <중동경제 3.0>에서는 걸프국가의 ‘산유국 경제’ 탈출 과정을, 중동경제학자 임성수와 외교부 중동국 손원호의 <중동을 보면 미래 경제가 보인다>에서는 ‘석유 이후’를 준비하는 걸프국가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그동안 책을 읽고 책 내용과 함께 책을 읽으며 가지게 된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적지 않게 써왔다. 그러면서도 그 글에 차마 서평이라는 이름은 붙이지 못하고 리뷰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비켜 갔다. 내 글에 서평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서평지에 실렸으니 그 핑계로 서평이라는 이름을 한번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