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 추진하는 네옴시티를 비롯한 거대사업을 지켜보면서 드는 질문이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세계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대사업을 추진하면서, 나라 살림이 거덜 날 정도의 자금을 투입하는 일에 설마하니 무모함으로 덤벼들기야 하겠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삼프로TV에서 인터뷰할 때 그것이 혹시 왕세자의 무모함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PIF에 근무하던 지인과 통화할 때 그분도 그런 의심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통화 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왕세자가 고용한 외국 컨설턴트들에 대해 뭔가 석연치 않게 생각하는 듯한.
네옴시티의 CEO인 나드미 알나스르와 오랫동안 손발 맞춰 일한 친구가 있습니다. 학교 동창인데요, 제가 사우디 사는 동안 유일하게 우리 집을, 그것도 두 번이나 다녀간 친구이기도 합니다. 서울에 왔다고 해서 모처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히 네옴시티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갔지요. 네옴시티에 사업 하나를 계약해서 진행하다가 최근 중단되었는데, 그냥 그대로 없어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가 번역한 <무함마드 빈 살만> 책에서 저자인 뉴욕타임스 벤 허바드 기자는 왕실에서 고용한 컨설턴트들을 “No라고 대답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더군요. 돈 받고 해달라고 하는 대로 해 주는 사람이라는 말이지요. 해달라는 일이 타당한 일인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도 않고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그래서 왕세자가 무모한 요구를 해도 일절 이의를 달지 않고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게 아닌가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친구에게서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왕세자에게 고용된 컨설턴트들이 왕세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왕세자를 자꾸 부추긴다는 것이지요. 그 친구 역시 그런 컨설턴트로 사우디 정부 사업에 오래 참여한데다가 아직도 그 커뮤니티에 속해 있고, 제게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 말할 사람도 아니고. 더 적나라한 이야기를 했지만 차마 여기에 옮기지는 못하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가져왔던 질문이 단박에 풀리기는 하는데, 짐작은 했지만 어느 언론에서도 그렇게까지 보도한 경우는 보지 못해서 그래도 설마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