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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ook Review

마르틴 루터 소교리문답

삶으로서의 신앙

by 박인식


마르틴 루터

번역ㆍ해제 최주훈

복있는사람

2019년 1월 7일


교리 입문


우연한 기회에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님을 알게 되었고, 작년 휴가에 방문했을 때 직접 번역ㆍ해제하신 마르틴 루터의 <대교리문답>을 선물로 받았다. 교리라고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겉핥기로 아는 것 밖에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교리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공감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성경공부에 참여해봤지만 “우리가 무엇을 믿고 있으며, 믿는 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교육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물론 내가 모르고 있던 것이겠지만. 내친 김에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된 루터의 <95개 논제>와 <소교리문답>도 함께 읽었다.


그동안 ‘소요리문답’의 ‘요리’가 ‘교리’를 뜻하는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오늘 비로소 그것이 ‘중요한 교리’라는 뜻이고 ‘要理’라고 쓰는 줄 알았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교리’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발간 배경


루터는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붙인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교황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파문장을 받고 곧바로 이어진 보름스 제국의회에서 공민권까지 박탈당한다. 이로 인해 정치적 입지는 극도로 좁아지게 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그는 교회공동체 내부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세대를 초월한 기독교 신앙교육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교회공동체 내부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루터는 시찰단을 꾸려 교구를 돌아보는데, 이때 복음의 자유를 오용하는 교회의 현실, 게으르고 나태한 목회자, 신앙의 기초도 모른 채 생활하고 있는 교인들을 목도하게 된다. 이런 뼈아픈 현실을 확인한 루터는 교리를 주제로 하는 시리즈 설교를 하게 되고, 이것을 다듬어 <대교리문답>으로 출간한다. 또한 이를 단순화하고 다듬어서 <소교리문답>을 출간한다.


<대교리문답>은 교인에게 필요한 핵심 교리를 다섯 기둥, 곧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 세례, 성만찬으로 나누어 가르친다. 그는 이 책에서 이 다섯 항목이야말로 교인이 반드시 숙지하고 실천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교리임을 강조한다.


<대교리문답>과 <소교리문답>은 거의 동시기에 출간되었지만, <대교리문답>은 교인을 가르칠 목회자나 교사를 위해 쓴 것인 반면 <소교리문답>은 교인과 어린이를 위해 쓴 것인 만큼 성경을 핵심내용을 암기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대교리문답>은 설명이 매우 길기 때문에 문답서로 보기는 어렵고, 그런 면에서 간단한 문답형식으로 되어 있는 <소교리문답>이 진정한 문답서라고 할만하다.


루터는 서문에서 “교인에게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 세례, 성만찬을 가르치되 암송할 때까지 반복해서 가르칠 것”을 권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권면은 목회자나 교사를 향한 것이지만, 책을 읽어본 결과 자녀 신앙교육에 관심 있는 교인이라면 스스로 <대교리문답>을 읽고 자녀들에게 <소교리문답>을 가르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새롭게 깨달은 사실


○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는 무슨 뜻입니까? - 우리가 기도하지 않더라도 하나님 나라는 분명히 도래합니다. 우리가 기도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선하고 자비로운 뜻은 분명히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간구를 통해 그분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임하기를, 그분의 뜻이 우리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는 무슨 뜻입니까? - 우리가 기도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일용할 양식’을 분명히 주십니다. 우리 뿐 아니라 악한 사람들에게도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간구를 통해 매일의 양식을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깨닫고 그것을 감사하며 받기 위해 기도합니다.


○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는 무슨 뜻입니까? - 하나님은 아무도 유혹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이 간구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키고 보호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 세례는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세례란 매일 통회하고 참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매일 다시 태어나게 만듭니다.


해제


이 책을 번역ㆍ해제한 최주훈 목사는 중앙루터교회의 담임목사로서 몇 년 전 종교개혁 500주년에 여러 방송을 통해 루터 전문가로서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준 바 있다.


<대교리문답>은 역자가 일 년 반 동안 중앙루터교회 수요예배에서 강해한 것을 출간한 것이다. 이어 출간한 <소교리문답>은 처음에 <대교리문답> 특별판에 부록으로 넣으려고 번역을 하던 중 그동안 만족할만한 새신자교육이나 공과교육 교재를 찾을 수 없었던 데 생각이 미쳐 이것을 교재로 활용할 생각으로 후반부에 문답식 해설을 추가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이미 16세기부터 발간되었던 좋은 자료를 종합ㆍ첨삭하고 현대적 설명을 덧붙였으며, 아울러 이에 해당하는 구절도 함께 실어놓았다. 말하자면 역자께서 담임하시는 교회의 새신자와 구역공과를 위한 교재로 마련되었다는 것이니 이 책의 2부는 <중앙루터교회 교리문답>이 아닐 수 없다. 그 교인들은 무슨 복이 그리도 많은지.


해제한 내용 중에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지만, 특히 다음 구절은 그동안 어렴풋하게 가져오던 생각이나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선명하게 정리한 것이어서 두고두고 곱씹을 만하다.


○ 기도는 무엇입니까? - 가장 좋고 선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구하는 일입니다.


○ 하나님의 이름으로 감사한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 그분의 선하시고 인자하심을 매사에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 설교를 우습게 여긴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 교회공동체에서 모든 직무가 거룩하게 구별되어 있듯이 설교의 직무 역시 거룩하게 구별되어 있습니다. 기도와 땀이 묻어 있는 설교를 우습게 여기는 것은 교회공동체가 세운 거룩한 직무와 질서를 가치 없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또한 설교를 우습게 여기는 것은 공적 예배를 우습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이는 결국 하나님께서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쉼을 얻으라고 명령하신 거룩한 안식일을 다른 날과 섞어 버리는 것이 되기에 그분의 명령을 어기는 것입니다.


○ 우리는 어떤 식으로 말씀을 우습게 여깁니까? - 교회에서 설교시간만 되면 졸기 일쑤이고 설교를 귓등으로 듣는 것, 그 반대로 설교의 감독관이 되어 삐딱하게 들으며 따지기 좋아하는 것, 집에 가서 말씀 한 구절 쳐다보지 않고 기도하지 않는 것, 하나님의 말씀은 주일에 한 번 눈으로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말씀은 듣기만 하고 스스로 공부하지도 고민하지도 않는 것과 같은 태도와 행동입니다.


○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으로 하나님께서 금지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 강탈, 절도뿐만 아니라 이웃을 향한 탐욕과 인색까지 금지하십니다.


○ 이웃의 돈과 물건을 취한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 하나님께서 이웃에게 주신 소유를 빼앗는 악한 행위를 말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도둑은 은밀히 또는 법의 틈새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이웃의 재화를 탈취하는 자들입니다.


○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으로 하나님께서 요청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 이웃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를 보호하고 증진시키는데 힘쓰라는 것입니다.


○ 어떻게 하면 이웃의 소유를 보호하고 증진시킬 수 있습니까? - 우리가 이웃의 좋은 친구, 기댈 구석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설령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나의 시간과 물질이 소모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마땅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준엄한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계명으로 하나님께서 금지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 거짓말과 위선적 행동입니다. 특히 이 계명에서는 이웃을 향한 거짓 증언 뿐 아니라 혐오와 배신, 중상모략까지 금지합니다.


○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계명으로 하나님께서 요청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 진실에 대한 사랑입니다. 특히 이웃에 대하여 흠 없고 진실하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성찬


평생 장로교회를 다녀서인지 성찬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교회 절기나 되어야 행하는 전례의 하나로 여겼을 뿐이었다. 개신교라는 것이 형식에 얽매어 본질을 잃어버린 구교에 저항해 생겨난 것이니 전례의 의미도 그렇게 축소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개신교가 개혁의 본질인 ‘복음의 회복’과 무관하게 망가져가는 것을 보면서 내용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형식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예배의 모든 순서는 설교로 향하게 되어있다. 그러다보니 설교와 설교를 전하는 목회자에 따라 교인의 신앙이 좌지우지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이 해석의 대상이 되었으며, 예배 중에 교인 스스로 하나님을 대면하는 시간이 실종되어버렸다. 다행히 우리 교회 담임목사께서 같은 생각으로 매달 성찬을 행하고 있어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성찬을 받기 위해 줄서있는 동안, 성찬을 받으면서, 성찬을 들기 전에 무릎 꿇고 묵상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있다.


루터는 이 책의 서문에서 성찬에 참예하지도 않고 성례전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을 질타하며 “성찬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며 그래서 신자들이 목사를 재촉하여서라도 성찬을 베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 년에 최소한 네 번 성찬을 거행하기를 권면하고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이것을 행하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것을 마시라’하셨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작년에 중앙루터교회를 찾았을 때 루터교회의 예전이 일반적인 개신교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함께 예배를 드리자니 처음에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예배가 진행되면서 차츰 편안해졌고, 그 예전이 교인 하나하나가 하나님과 대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루터교회의 전통을 이해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감염병으로 함께 모여 예배드리지 못한지 일곱 달이 되어간다. 녹화된 영상으로 예배드리다 얼마 전부터 양방향 실시간으로 예배드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성찬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난 주 어느 교회가 영상예배 드리면서 성찬을 나누었다. 각자가 떡과 포도주를 마련하고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니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우리 교우들도 성찬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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