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4.09.07 (토)

by 박인식

오늘은 운동을 건너뛰었다. 어제 어느 분이 경의선 숲길에 화덕 피자가 맛있더라는 글을 올렸길래 모처럼 아내와 외식이나 할까 하고 일찍 일어났는데, 운동 가기 전에 잠깐 눈붙인다는 것이 내쳐 서너 시간을 자는 통에 그만 다음으로 미뤄야 하게 되었다. 그랬으면 운동이라도 가야겠지만 그것도 귀찮아졌다.


생각해 보니 다시 일을 시작하고 나서 석 달이 지나도록 한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주중에는 퇴근하고 나서 밥 차려 먹고 잘 때까지 책 읽고 글 쓰느라 쉴 틈이 없었고, 금요일에는 주중에 하지 못한 운동 채운다고 서울에 도착해 짐부터 들렀다 집에 도착하면 잘 시간이었다. 토요일엔 도서관 다녀오고 운동하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고, 주일에 교회 다녀오는 길에 운동하고 집에 오면 저녁 시간인데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바로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이 나이에 이렇게 바쁘게 지낸다는 게 복 받은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굳이 강박을 느껴가며까지 그렇게 지내는 게 맞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아내도 보기가 안쓰러웠던지 운동 가지 않고 미적거리는 걸 보더니 그냥 하루 건너뛰란다.


서너 시간을 꿀잠을 나고 나니 몸이 개운해졌다. 하루쯤 그렇게 뒹굴뒹굴하는 게 꽤 유익한 일일 수 있겠다.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줄을 팽팽히 당겨놓고 살 수는 없는 일 아니냐. 줄도 한 번쯤 풀어 놓아야 탄력을 잃지 않을 것이니. 그렇기는 해도 하루를 맥없이 날려버린 것 같아 조금 아쉽기는 하다. 버리려고 애썼고 이젠 다 버렸다고 생각했던 옛 습성을 몸과 마음은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집 화덕 피자가 정말 맛있기는 한 걸까? 별러서 간 집치고 맛있는 집이 별로 없어서. 맛없으면 추천한 양반한테 물어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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