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4.09.04 (수)

by 박인식

책을 읽고 그중 기억해둘 만한 구절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게 이십 년쯤 되었다. 필요할 때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갈무리해놓자는 생각도 있었고, 그렇게 올려놓으면 누군가 보겠거니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십 년쯤 올려놓은 책이 100권이 넘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름의 생각이 없을 수 없는데, 그런 느낌을 정리해 상황 되는 대로 이곳저곳에 올렸다. 그러다가 제대로 된 독후감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꼭 4년 전 일이다. 그리고 그런 결심의 계기가 된 것이 <빛, 색깔, 공기>였다.


그때 남긴 글이다.


“요즘 부쩍 삶과 죽음, 그리고 고통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그래야 하기도 하는 일이겠지요.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을 보면 여상히 넘겨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던 중에 문득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났습니다. ‘삶과 죽음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익숙해 있는’ 신학자이자 목사인 아버지가 넉 달 시한부 간암 선고를 받은 이후에 일어났던 일을 현직 신학 교수이자 목사인 아들이 담담하게 기록한 <빛, 색깔, 공기>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찾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보다 오히려 감동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접어두기 아까워 내용을 정리할 겸 짧게 글을 하나 썼습니다.”


독후감이라고 하면 딱 맞을 글이었는데 처음에는 그 글에 거창하게 ‘서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들 그렇게 쓰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 글을 쓴 것을 계기로 그동안 읽은 책, 또 새롭게 읽는 책의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은퇴하고 나서도 정신건강에도 좋고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도 같아서 앞으로 계속 쓰기로 했다.


남성 평균 수명이 여든셋인가 그렇다니 한 주에 하나씩 쓰면 잘하면 천 편을 채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그것을 마지막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첫 번째 글을 올리고 4년 만인 어제 황선도 선생의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북리뷰로 300편을 채웠다. 한 해 75편을 쓴 셈이니 이 속도대로라면 여든이 되기 전에 천 편을 채우겠고, 조금 늦춰 잡아 한 주에 한 편을 쓴다고 해도 평균 수명에 이를 때까지 천 편을 채우는 게 가능하겠다.


그 사이에 책 읽고 남긴 글에 붙인 이름이 ‘서평’에서 ‘리뷰’로 바뀌었다. ‘서평’이란 글자 그대로 책을 평가한다는 것인데, 책을 지식 습득의 도구로 여기는 내게 책을 평가한다는 ‘서평’이란 이름은 가당치 않은 말이 아닌가. 찾아보니 ‘리뷰’라는 말이 ‘평론’이나 ‘비평’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 모양이더라만, 그것보다는 덜 전문적인 ‘검토’라는 뜻도 있으니 그나마 덜 민망하지 않을까 싶다. 생각 같아서는 ‘독후감’이 딱 맞는 표현인데 요즘 누구도 그런 말을 쓰지 않으니 그것도 유난스럽고.


은퇴하면 오로지 책 읽는 일에만 전념하리라 생각했고, 그래서 내심 한 해 100권 읽고 리뷰는 50편 쓰리라 마음먹었다. ‘리뷰’는 늘 목표를 넘겼는데 한 해 100권 독서는 아직 내게 난공불락의 성처럼 여겨진다. 작심하고 독서에 매달린 작년에도 93권에 그쳤으니 말이다. 더구나 이제는 낮에 근무도 해야 하니 목표 이루기가 더 어려워졌다. 하는 수 없다. 이젠 책을 더 읽기를 바라느니 건강을 잘 지켜 책 읽을 시간을 좀 더 버는 게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싶다.


아래는 상당히 오랫동안 내게 여운을 남긴 <빛, 색깔, 공기> 독후감이다.


https://brunch.co.kr/@ispark19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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