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분이 좋다. 좋아도 너-무 좋다.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보람차고, 살아 있다는 게 좋은 그런 기분.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상하다. 일요일에는 왼쪽 백미러를 해 먹었고, 어제는 그 두려움에 주차하는 데에만 5분 넘게 써먹었는데, 끊임없는 아빠 잔소리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는데, 그래서 자신감 완전 떨어지고 우울해져서 저녁까지 거르고 방구석에서 한숨만 푹푹 내쉬다가 잠들었는데, 대체, 왜?
예배는 다시 중단되었고, 잡지 만드는 데 생각보다 인쇄비가 많이 나와 걱정되었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달라 속상한데. 이렇게 착잡한 일들을 쓰고 있는 지금도 기분이가 좋다. 대체, 대체… 왜?
아빠에게 받은 까렌다쉬 만년필로 쓴 글씨가 맘에 들었기 때문인가. 점심으로 먹은 김치찌개가 맛있어서였나. 점심 후에 마신 커피가 반가워서였을까.
열심히 이유를 찾다가 어느 날 한창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던 내게, 친구가 오늘 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서 미안해했던 게 떠올랐다. 네가 기분 좋은 게 왜 나한테 미안한 일이냐며 그러지 말라고 말했던 것도 떠올랐다. 친구의 기분 좋음이 나에게 미안할 일이 아니듯, 오늘 나의 기분 좋음도 어제의 슬픈 내게 미안한 일이 아니다. 인생은 새옹지마. 내일 나는 또 오래 울지도 모르지만 오늘의 기분 좋음을 낯설어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