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쪽을 향해 엎드려 잠들어 있는 네 얼굴을 보며 생각했었다. 어쩌다 너를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되었을까. 너는 어쩌다 나를 사랑하게 된 걸까. 우리는 뭘까. 매일 악몽을 꾸고, 매일 약을 먹고, 매일 숨쉬기가 힘들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가끔 애교를 부리고, 나를 많이 사랑한다던 너를 나는 사랑했었다. 그땐 그랬었다. 그럴 수 있었다.
절규에 가까운 누군가의 구애를 못 본 척하면서까지 네 옆에 있기를 선택했던 나는 사실 너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도피처가 필요했다. 나에게 쏟아부어진 사랑을 어디로든 보낼 곳이 필요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질식해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너를 몰랐다. 네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나를 형편없게 대할 때도, 배 속에서 지렁이가 춤을 추는 게 스트레스성 위경련으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도, 다툼이 있고 나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너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도, 나는 너를 몰랐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몰랐다.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 속에 네 자리가 없었다는 사실을, 근데도 꾸역꾸역 욱여넣으려고 하다가 그 자리에 상처가 나고 고름이 생겼다는 사실을.
네가 받은 사랑이 값어치 있었다면, 이제는 자리 털고 일어나 다부지게 걸어갔으면 한다. 더 이상 나에게 머무르지 않기를, 술과 우울의 늪에서 벗어나 네 삶을 기쁨과 웃음과 노래의 숲으로 만들어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