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는 연습

by 다정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외식의 범위를 비일상으로 한정하자면 그렇다. 이 단어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왜 이렇게 마음이 작아지는지.


서로 간에 더욱 먼 거리를 두어야 하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집-회사만 반복한 지 오래다. 그러다 ‘바깥 어딘가’를 가게 된 건 제작 중인 잡지 가제본이 나와 디자이너 친구랑 최종 논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침 둘 다 퇴근 직후라 배도 고프고 하니 인도카레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향하는 길에 친구는 식당을 보면 좀 놀랄 수 있겠지만 맛은 정말 좋을 거니 걱정 말라며, 간판에 속아 맛집을 잃지 말자는 주옥같은 명언을 남겼다. 맛있으면 다 괜찮다고 연신 대답했지만 도착해서 식당을 보고 좀 놀라긴 했다. 입구 간판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네가 지금 서 있는 곳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인도다, 하고 말해 주는 것 같았거든. 벽이란 벽에는 죄다 인도 사람들 사진과 인도풍 장신구가 붙어 있고, 홀에는 빨강 파랑 노랑 휘황찬란한 조명과 인테리어 가구들이 놓여 있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그래도 카레는 정말 맛있었다)


밥 먹으며 얘기 좀 나누니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차 한 잔도 편히 마실 수 없는 우리 모습이 왠지 서글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의 감정을 돌아보는데 좀 낯설었다. 요란한 식당 전경이 주었던 오묘한 떨림, 간만에 만난 친구에 대한 반가운 마음, 그러나 한편으론 아무리 일 때문이라고 해도 밖에서 만남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죄책감, 긴장감, 지금을 사는 서글픔. 이 모든 감정이 부유하고 있었다.


아,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묘한 기분 속에서 살아가야 할까. 언제쯤이면 웃고 떠드는 서로의 모습을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될까. 슬픔이나 아픔 같은 것은 간혹 기쁨이나 웃음 같은 것보다 더 뚜렷하고 짙어서 쉽게 잊기도 외면하기도 어려울 때가 있지 않나. 어깨 위에 나날이 쌓여가는 단절의 무게가 이젠 제법 나가는 듯하다.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희망을 찾는 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조금 멀리서 삶을 보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의 비극을 하나도 빠짐없이 조명하다 보면 너무 지칠 테니까, 자주 탄식할 테니까.


적당한 마음으로 적당히 지내 보기로 한다. 괜히 움츠러들지 않기로 한다. 허리는 꼿꼿이 발은 두 땅에. 그리고 소중히 아낀 마음과 에너지는 언젠가 자유의 날이 다시 오면 그때 마음껏 펼쳐놓도록 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은 또 지금대로, 어쩌다 주어진 안온한 평화 속에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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