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인석 Sep 15. 2021

귀신의 무서움에 대한 짧은 글

TEXTIST PROJECT

 가족 구성원이 아직 아내와 나 뿐인 신혼 2년차 가정이다보니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가벼운 얘기들도 많다. 어쩌다가 귀신에 대한 대화가 진행됐다. 

 아내는 말했다.

 "오빠는 귀신을 보면 전혀 안 무서워 할거야. 오히려 호기심이 폭발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걸?"

 들으면서 십분 동의했다. 되게 궁금한 존재이지 않는가? 내가 항상 귀신을 볼 수 있는게 아니라면, 귀신이 보여서 무서운 것보다 그 존재 자체에 대해 궁금한 게 훨씬 많다. 


 한편으로는 무서워야 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요는 이렇다. 

귀신이 존재하고 나에게 등장해야 하는 이유가 아직까지 내겐 특별히 없다. 즉, 내가 해를 끼쳐서 귀신이 되었을만한 존재가 아직 없다는 의미.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나에게 해꼬지를 하는 귀신이라면 마찬가지로 궁금함과 호기심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왜 그런 사후를 보내는지. 

 어떤 대화 주제보다도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귀신은 두려움의 대상같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귀신은 게임으로 치면 아주 낮은 레벨에서 수없이 맞딱뜨리는 저글링 수준의 존재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귀신보다 무서운 것들이 일상속에 수없이 존재하기 때문일까.


 가령 사회, 사람, 시간. 이 세가지는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몇가지 존재들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감히 귀신 '따위'는 명징한 실체를 가진 저들에 비하면 장난같다. 세가지 중 어떤 하나와도 귀신은 제대로 상대할 수 없다. 

 그렇게 '무서움'이라는 객체를 상대평가 하다보면 한가지 바람이 생긴다. '차라리 귀신이 무섭게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다시 말해서, 사회나 사람, 시간이 더 이상 무섭지 않다고 느낄 정도의 강인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포털 사이트 뉴스창을 열었더니 여전히 사회와 사람은 귀신에 비하기 민망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무서운 곳이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니 시간 또한 귀신에 비하기 민망할 정도로 무서운 개념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귀신은 여전히 호기심과 궁금증만을 남길 뿐, 세상을 살아가는 일보다 무섭지 않음을.

작가의 이전글 조커의 입처럼 찢어진 언더도그마(조커 리뷰 2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