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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Feb 14. 2022

관계의 온도라는 글을 준비하면서

TEXTIST PROJECT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걸 좋아한다. 좋아했다.


 설을 맞아 안부 문자라도 보내려고 연락처를 쭈욱 스크롤했다. 사람을 한명 한명 누르다가 뒤로 가고, 또 누르고 뒤로 가기를 반복했다. 결국 나는 누구에게도 안부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물으려 했던 안부와 보내려 했던 연락에는 의도가 없었지만, 세상의 많은 안부와 연락은 의도가 있는 경우도 많아서, 그저 이유없이 궁금하고 그리워서 묻는 안부와 연락에 마치 의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나는 비교적 최근에도 어린 시절 가까웠던 친구의 연락처를 우연히 알게 되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문자를 남긴 적이 있다. 친구는 반가워 하면서도 "결혼하냐?"고 물어왔다. 슬펐다. 이제 갑작스런 연락은 당연히 의미나 의도가 있을거라 여겨지는 관계만 남아 버린 듯해서. 나는 친구에게 결혼한지 2년이 되었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주고받았다. 


 은사님과 최근 나눴던 대화의 내용 중,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객관화하여 글로 풀어보는 중이다. 제목은 '관계의 온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고, 사람들과 관계를 갖는 일도 쉽지 않다. 나는 쉽지 않은 일로 쉽지 않은 행위를 풀어내기 위해 역량 밖의 행동을 해내느라 해답없이 머리를 싸매는 저녁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순수하게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 어떻게 그 온도를 따뜻하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살아가며 현명한 해답을 만들어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끊임없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고마워 해야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뜨거운 온도를 오랫동안 평탄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이유는, 온도를 받아주는 당신 덕분이다. 다시 그 온도를 돌려주는 당신 덕분이다.


 그렇게 나는 의도의 오해를 살까 걱정하여, 차마 연락할 수 없었던 모든 사람들이, 새해에 복을 많이 받으시길 마음 속으로 바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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