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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Aug 14. 2023

01 스마트폰 시장의 두 지배자(1)

 댄스가수 다섯 명이 전국을 돌며 각양각색의 스토리로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한 여고를 방문한 멤버들은 10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성황리에 무대를 마쳤다. 그러나 공연만큼이나 더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학생들의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이었다.


 시대가 좋아진 덕에 관객들은 눈으로 감동받았던 기억을 제 손안에 저장해 두고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게 됐다. 그뿐인가. 스마트폰 없는 일상은 모든 분야에서 상상하기 힘들다. 개인적인 일들 뿐 아니라 회사일이나 개인 사업 모두 스마트폰 없이 힘든 세상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주머니 안에 냉장고 값의 전자제품을 모두 하나씩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그 전자제품이 창출해 내는 가치와 즐거움은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애플과 삼성. 이 둘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유의미한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다. 사실상 과점이다. 화웨이나 오포가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것에 비해 세계 시장에서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애플과 삼성은 각각 20퍼센트를 조금 웃도는 점유율로 세계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화웨이와 오포, 비보 세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각 10퍼센트 내외의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2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처 : 마켓 모니터 서비스 / 기사 : 카운터포인트)


 이렇게 수치만 보면 애플과 삼성은 거의 비기는 수준이거나, 삼성이 근소하게 앞서는 형국이다. 그러나 서두에 이야기한 댄수가수들의 공연을 담은 프로그램에서 환호하며 가수들을 촬영하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의 손에는 대부분 아이폰이 들려있었다. 

tvN <댄스가수 유랑단> 방송장면. 얼핏 봐도 아이폰 사용율이 훨씬 높아 보인다.(기사 : 파이낸셜 뉴스)




어필하고 싶은 게 많은 갤럭시


 삼성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 완성도는 대단하다. '외계인 고문'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다. 카메라의 화소나 처리 능력을 넘어, 이제는 휴대폰을 물리적으로 '접는' 경지에 이르렀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음에도 방수방진이 지원되는 건 덤이다. 오랫동안 온갖 라인업의 전자제품을 고품질로 만들어온 삼성전자의 기술은 손바닥만 한 전자제품에 완벽히 집약되어 있다. 


 갤럭시는 설명거리가 많다.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당신은 왜 갤럭시를 사용하나요?"라고 물어보면 비교적 구체적인 성능 위주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삼성페이'라던지 '통화 녹음', '100배 줌', '폴더블', 'S펜' 같은 것들이다. 

 아이폰을 쓰는 지인들에게 "당신은 왜 아이폰을 사용하나요?"라고 물어보면 갤럭시 질문 때와는 상당히 차이나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계속 써왔어서.

 - 예뻐서.

 - 좋아서.


 물론 이외의 구체적인 대답도 있었다. 

 가령, 음악이나 그림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특정 소프트웨어 사용을 위해서"라던지 "Mac과의 연동이 좋아서"같은 대답이다. 이런 대답은 정규분포표 끝단에 위치한 사용자들의 대답이니 잠시 미뤄두도록 하자.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대중적인'사용자들이다. 


 '예뻐서'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대답이다. 솔리디티하고 깔끔한 아이폰의 디자인은 모난 곳이 없다. 그런데 '예쁘다'는 말 자체가 감정에 대한 표현이지, 절대적인 수치화가 될 수 있는 형질이 아니다. 

 '좋아서'는 어떤가. 추상적인 답변의 최고봉이다. 아이폰의 고객들은 뭐가 어떻게 좋은지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AP가 어떻게 램이 어떻고 카메라 화소가 어떤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들은 뭐가 어떻게 좋은지 알 필요가 없다. 그저 썼을 때 불편함이 없고 만족도가 높으면 계속 사용할 뿐이다. '예뻐서'와 '좋아서'는 결국 '계속 써왔어서'로 이어진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재구매율이 높은 이유이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고객 충성도 조사(출처 : CIRP)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였던 삼성은 이제 애플을 넘어서는 시장 점유율을 가진 스마트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대단한 일이다. 따라가는 입장이었음에도 프롤로그에 얘기했던 '벤츠와 도요타'질문의 ①②③ 중, ①과 ②에서 근소 우위를 점하는 업체가 된 것이다. 

본 매거진 프롤로그에서 벤츠와 도요타를 예시로 들었던 질문 세 가지.

 그런데 여전히 ③의 질문에서 갤럭시는 아이폰을 넘어서지 못하는 듯하다. 


 10대들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는 상황은 굳이 TV프로그램으로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당장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보자. 젊은 사용자들의 거울 앞 셀피들을 스크롤해 보자. 거울에 비친 스마트폰은 어떤 제품이 많은지 보라.   

 



선점자 애플, 그러나 선점이 전부는 아니다


 특정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선점효과'는 매우 강력한 무기이다. 하지만 선점효과로는 애플의 '설명이 필요 없음'을 완전히 설명하긴 힘들다. 시장을 선점하고도 왕좌를 빼앗긴 브랜드는 엄청나게 많다. 당장 이번 주제에서 홍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만 해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결코 선점자가 아니었다.

 이어지는 챕터를 통해, 선점자의 지위를 점령한 애플이 어떻게 드높은 소프트 파워의 벽을 쌓을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또한 삼성이 이룩해 온 하드 파워의 월등한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단단해 보이는 소프트 파워에 대해서도 다뤄 보자.


('02 스마트폰 시장의 두 지배자(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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