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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Aug 20. 2023

02 스마트폰 시장의 두 지배자(2)


다양한 라인업으로 '설명'하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왜 점유율이 비슷한 두 회사에 대해, 오히려 근소하게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보다 애플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가'라는 부분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글을 작성하는 현재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판매 중인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Z : Z폴드5, Z플립5

- S : S23, S23플러스, S23울트라

- A : A04e, A04, A04s, A14, A24, A34, A54

- M : M04, M14, M34, M54

- F : F04, F14, F34, F54

- XCover : XCover 6 Pro


 한편 애플 아이폰의 현역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 SE

- 14 : 14, 14플러스, 14 프로, 14, 프로 맥스


 다시 말하지만 갤럭시와 아이폰 모두 '현역'을 표시했다. 점유율 통계로는 삼성이 아이폰을 근소하게 앞서지만 상세 제품군으로 들어가면 삼성은 아직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2022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10개 제품(출처 :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에 갤럭시의 라인업은 이렇게 늘어져야만 했다. 

 "우리가 만든 스마트폰은 아이폰보다 좋은 게 많아요!" 

 '가격 경쟁력이 좋음'을 설명하기 위해 하위 라인을 줄일 수 없었다. 

 '가성비가 괜찮음'을 설명하기 위해 중급 라인을 여전히 유지 중이다. 

 '고급 제품도 잘 만들어요'를 증명하기 위해 최상위 라인업을 밀고 있다. 


 아이폰은 어떤가. 라인업이 단순하다 못해 불친절하게까지 느껴진다. 

 "이 중에 맘에 드는 거 있으면 사세요, 아님 말고." 

 그런데 줄을 서서 산다. 삼성은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 설명했고, 제품의 라인업까지 벌려 놓았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얼리어답터들의 마음을 진작에 빼앗은 애플의 위세에 고객은 넋 놓고 지갑을 여는 중이다.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가 애플 전체의 소프트 파워로


 이미 고인이 된 잡스의 이미지는 꼭 애플 고객이 아니어도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첫 아이폰을 공개할 때, 대기업의 CEO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컴팩트한 복장과 자신감 넘치는 프레젠테이션은 그 이미지의 대표 격이다.


 스티브 잡스가 '인격적으로 좋은 사람'인가. 그를 상사나 동료로 두었던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다. 사례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이 글은 잡스를 비판하기 위한 글이 아니니까. 중요한 건 잡스가 '어떤'사람인지가 아니다. '어떻게 보이는' 사람인지다. 

2007년 1월, 아이폰 출시를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아이폰 이전에도 잡스는 애플의 다양한 혁신 제품들에 기여도가 높은 결정자였다. 그러나 잡스가 '뉴 제너레이션 프레젠테이션'의 상징처럼 떠오른 바로 그 제품이 아이폰이었다는 점. 그래서 고객들은 그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사과마크가 그려진 휴대폰과 청바지를 입은 잡스는 동일시 됐고, 아이폰을 사용하는 고객은 잡스의 이미지 자체를 구매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됐다. '어떻게 보이는'지에 고객들은 망설임 없이 소비했다.


 잡스가 부재한 지금도 이 충격은 유지된다. 애플 또한 전략적으로 잡스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초창기 아이폰이 가지고 있던 아이코닉, 컴팩트를 유지한다. 디자인이나 기능을 과감히 뒤집으려 하지 않는다. "이제 잡스 사후의 시대입니다!"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폰은 혁신하지 않음으로 혁신을 유지하고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삼성의 발에 걸린 돌부리


 삼성은 괜찮은 대안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지만 애플이 갖는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했다. 여기에는 '애플이 잘했다'도 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삼성이 삐끗했다는 사실도 한몫한다. 


옴니아

 한동안 삼성의 금기어와도 같았던 단어다. '옴니아'. 옴니아에 대한 평가는 고객들이 옴니아를 부른 호칭으로 짧게 설명할 수 있다. '옴레기'. 21세기 IT의 아이콘으로 잡스가 떠오르는 순간, 삼성이 뽑아 든 칼이 옴니아였다는 사실. 이 압도적인 출발점의 차이가,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갖는 소프트 파워를 감점에서부터 출발하게 만든 거대한 실책으로 남아버렸다. 

국내 언론사의 '아이폰 vs 옴니아' 비교 이미지. 2023년에는 '웃긴 짤' 정도로 취급받는다.

 

갤럭시 S5

 갤럭시 S2, 갤럭시 S3, 갤럭시 S4는 성공적이었다. 판매량도 이미지도 성능도 그랬다. 고객들은 옴니아를 점차 잊어갔다. 그리고 삼성은 갤럭시 S5를 자신 있게 발표했고, 고객들은 갸우뚱했다. 어느새 9년 전이라 가물가물하실지 모른다. 다음은 갤럭시 S5의 사진이다.


 지금 여러분이 느낀 감정을 그때의 고객들도 비슷하게 느꼈다. "이게 뭐지?"라는 반응. 판매량을 늘려가던 S시리즈의 흥행은 S5에 이르러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희한한 디자인은, 아이폰 못지않은 '꽤 괜찮은 스마트폰' 이미지를 굳혀가던 삼성 갤럭시를 멈칫하게 만든 돌부리였다. 


갤럭시 노트7

 S5 이후 다시 괜찮은 흐름을 타고 가던 갤럭시는, 2016년 '노트7 폭발 사고'를 마주한다. S5는 그야말로 '디자인의 호불호' 정도였지만 '폭발'은 정말 사고였다. 디자인은 소프트 파워의 영역이었지만 '폭발'은 제품 자체의 하자, 하드 파워의 영역이다. 스마트폰이 터진다니, 이게 말이나 될 소리인가. "그래도 하드웨어는 삼성이 낫지."라는 말이 쏙 들어가게 하는 대형 사건이었다. 결국 삼성은 노트7을 전량 리콜하기에 이른다. '폭발하는 휴대폰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묻어버린 건 덤이다.


GOS 성능 조작 사건

 GOS 사태는 삼성에게 또다시 설명이 필요하게 만들었다. 설명은 변명으로 덧칠되다 반성으로 마무리됐다. 고객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삼성전자 같은 거대 기업이 법원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패배하기는 쉽지 않다. 반복해서 말하듯, 법원에서의 승리냐 패배냐는 다른 문제다. 이제 삼성의 갤럭시는 후속 제품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변명처럼 들리는 설명'을 해야만 한다. 


 삼성이 세 번의 큰 돌부리에 걸려서 "아, 잠깐만 잠깐만!"을 다급하게 외치는 동안, 애플은 비약적으로 날아가거나 뛰어가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같은 속도로 꾸준히 잘 달려갔을 뿐이다. '돌부리'가 애플에게 없었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결국 고객들의 뇌리에 어떤 사건들이 박혀있느냐가 중요하다. 조금만 검색해 봐도 애플 또한 완전무결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삼성이 걸린 돌부리들은 상대적으로 더 강렬했다고 볼 수밖에.


('03 스마트폰 시장의 두 지배자(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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