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의 전화

글의 기억

by 서인석

집에 전화가 울렸던 중학생 시절, 우연히 내가 받았다.

우리 가족은 외출하려던 참이었고, 가족들이 모두 전화받는 나를 기다리려 멈췄다.

수화기에서 "OO경찰서입니다."라고 말했다.


도무지 내가, 혹은 우리 집에서 받을 전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놀랐고 그래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서요?"

가족들은 신발을 신던 것을 멈췄다.

"서인석 학생입니까?"


경찰서에서 나를 찾는다. 보통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닐 테다. 상대방이 목적을 말하기 전까지,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그러나 수화기 너머, 평범하지 않은 발신자의 전화 목적은 우리가 그 조직을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나올만한 주제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서인석 학생의 글이 무슨무슨 안보 글짓기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그래서 광역시대회의 참가자격을 얻게 되었다, 학교에 어떻게 안내가 갈 거고, 다음 대회는 언제고 등등.

나는 내가 안보글짓기에 글을 제출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지만, 뭐가 됐든 '경찰서'에서 일반적으로 올만한 전화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큰 칭찬에 해당되는 전화라는 사실에 뿌듯했다.


학교로 전달된 상을 조회시간에 받았다. 그리고 상위 대회에 참가했다. 그 대회에서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생에게 온 경찰서의 전화는 오래 여운을 남겼다. 정형화된 학생의 삶에서, 누가 시키지 않은, 정해지지 않은 일을, 단지 좋아서 했을 뿐인데, 그것으로 큰 칭찬을 받았다는 사실. 그건 단지 상승감과 우월감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재미가 단지 학교나 제도권 밖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재밌는 일도, 어른들의 칭찬 범주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