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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May 23. 2020

이루마 "The Best - Reminiscent"

음반리뷰

<9년 지난 앨범의 이유있는 빌보드 역주행>


 '빌보드'와 '한국'을 연관지으면 어떤 뮤지션이 떠오르는가? 당연히 BTS와 싸이가 먼저 연상된다. 이제 여기에 한 명을 더해도 될 듯 하다. 이루마다.



 비록 메인차트인 'Hot100'이나 'Billboard200'은 아니지만 이루마의 앨범이 클래식차트 1위를 무려 6주째 고수하고 있다. 세부차트 중에도 클래식차트는 특별하다. 클래식의 속성상 보수적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이루마는 정통 클래식 뮤지션도 아니다. 오히려 피아노로 대중 상업음악을 하는 뮤지션에 훨씬 가깝다. 

 물론 이런식으로 각종 세부차트들에 이름을 올린 한국 뮤지션을 다 따지자면 손가락이 모자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유로 폄훼되기엔 성과가 특별하다. 상기한 6주 동안의 1위 지속도 그렇지만, 이루마가 연주한 'River Flows In You'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1억을 넘긴 것이다. 지드래곤의 '무제'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1억이다. 



 "의아했다." 이루마의 말이다. 그럴만도. 이루마의 앨범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한다. 이루마는 'Kiss The Rain'이 수록되어 있던 정규 3집 앨범에서 판매량의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 곡 특성상 몇몇 곡들이 끊임없이 사랑을 받았지만, 이후 나온 정규 음반들을 인지하는 대중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루마가 정규 10집까지 발매했다는걸 알고 있는 대중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더군다나 무려 9년이나 된 앨범이다. 이루마가 "의아"를 말하는게 충분히 이해된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하여 베스트앨범으로 발매했던 작품. EXID의 '위아래' 역주행을 저리가라 할 정도다. 9년만의 역주행이라니. 좀비도 9년만에 살아나진 않을 것 같다. 





 앨범 제목인 'THE BEST REMINISCENT'에서 Reminiscent는 '추억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다. 아마 10년간 활동하면서의 추억을 이 앨범을 통해 담고 싶었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 참 웃긴 건, [이루마의 10년간 추억]을 담은 앨범을 [발매된지 9년이 지나서] 리뷰한다는 사실이다. 

 연주 음반이기 때문에 개별 곡들에 대해 긴 말을 달진 않으려 한다. 앨범 전체를 듣다보면 익숙한 트랙도 들릴 것이다. 편곡 및 재해석이 존재하지만 불편할 정도로 변형된 곡은 없다. 오히려 원곡의 아름다움을 산뜻하게 만들어주는, 딱 그 정도의 느낌이라 이루마 곡들이 주는 편안함을 그대로 선사한다. 


 음반을 사서 듣는 사람이 극히 적어진 시대를 증명하듯, 9년된 이 음반의 신품은 여전히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그런들 어떠하리. 음반이 꼭 희소해야 좋은건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이 기회에 대중들은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앨범'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을지 모른다. 




보유하고 있는 이루마의 앨범들


 이루마는 꾸준히 음반을 내왔다. 사람들이 알던 모르던. 이렇게 이루마의 오래 전 음반이 사랑받는게 우연한 운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루마의 음악을 매우 오랫동안 사랑해온 사람으로서, 그의 꾸준한 음악활동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좋은 결실도 나타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루마의 꾸준함은 2020년도 이어진다. 오늘(5월 22일), 네이버TV 및 유튜브를 통해 이루마는 라이브를 선사한다. 랜선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콘서트에서 새로운 미니앨범을 소개할 예정이다. 


 내년에 데뷔 20주년을 맞는 이루마는 다시 한 번 더 큰 음악적 도약을 준비한다고 얘기했다. 스스로의 성취와 욕심도 중요하겠지만, 오랜 팬으로서 그저 따뜻하고 아름다운 음악들을 꾸준히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그의 한정판 앨범을 구하기 위해 음반사를 기웃거리던 고등학생이 어느새 서른 넘은 직장인이 되어 이 글의 마침표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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