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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May 24. 2020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

영화리뷰

<매번 더 강한 놈들이 등장하면, 긴장되지 않는다>


◇ 엑스맨이 받아온 평가 개괄

 엑스맨 시리즈는 마블의 인기 히어로물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그 인기가 덜 하지만 해외에서는 어벤져스 시리즈만큼 인지도나 인기가 높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아이언맨'이라는 공식처럼 '휴 잭맨 = 울버린'이라는 공식이 자리잡은 것 또한 엑스맨을 통해 특색있는 캐릭터를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초기 1편과 2편을 뒤로 꾸준한 하향세를 그려왔다. 3편 '최후의 전쟁'은 마블의 원작 만화를 어긋나게 만드는 무리한 오류들도 등장하면서 화려함만 늘고 개연성이 떨어졌다는 평을 안았다.

 울버린의 인기를 등에 지고 '유닛' 느낌의 '울버린 탄생'이 개봉해서 좋은 평을 얻었지만 이미 기울어버린 인기를 넘어서긴 힘들었다. 게다가 '더 울버린'에서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으며 그나마 호평받았던 '퍼스트클래스'는 '더 울버린' 때문에 다시 색이 바랬다. 그리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편이 나왔다.


◇ 심폐소생 : 매튜 본과 브라이언 싱어

 브라이언 싱어가 엑스맨에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드 기대감은 상승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퍼스트클래스'의 완성도가 이미 높았다고 보여진다. 매튜 본은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이는 영화에 여실히 드러났다. 

 비현실적 소재를 인물들의 너무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감정에 녹여내어 관객의 몰입을 유도했다. 게다가 냉전체제라는 무거운 역사적 배경에서 어두운 감정을 토대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던 스토리를 한없이 우울하지 않도록 가벼움의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이런 기조는 매튜 본의 '킹스맨'에서도 보인다.


◇ 아포칼립스에 도착한 엑스맨들

 어쨌든 프리퀄 세 시리즈의 마지막, 이번 아포칼립스까지 왔다. 결국 프리퀄 3편의 비교는 매튜 본 vs 브라이언 싱어가 될 수밖에 없다. 일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생각하면 이미 브라이언 싱어가 승리한거 같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퍼스트클래스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은 좀 더 세계관이 크고 넓다. '퍼스트 클래스'는 냉전상황에 엑스맨들을 이입시키고 그들이 복합적으로 고민하는 감정들과 그로 인한 결과를 아주 세심하게 그려냈다. 당연히 인물들의 내면연기가 빛을 발한다.


 반면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아포칼립스'는 더 넓고 크다. 인물들의 내면연기가 세심하게 들어가기엔 너무 범위가 넓어진다. '데이즈..'도 센티넬로 인해 멸망 직전에 처한 세계가 배경이고 '아포칼립스' 또한 과거로부터 부활한 아포칼립스가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즉, 매튜 본의 엑스맨은 '돌연변이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브라이언 싱어는 '돌연변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구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본의 엑스맨은 인간으로서의 돌연변이를, 싱어의 엑스맨은 히어로로서의 돌연변이를 더 잘 묘사해내는 것이다.


◇ 큰 그림을 그리려다 뭉개져버린 스토리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태초의 돌연변이가 부활한다. 이를 그려낸 이집트의 역사시대 모습은 인상적이다. 싱어라는 대가가 연출해 낸 극적인 영상미를 제공한다. 이런 영상미는 영화 전면에 부각된다. 매그니토의 능력은 극대화되어 표현된다.

 하지만 스토리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개연성이 떨어진다. '왜'가 없다. 왜 아포칼립스는 세계를 그렇게 파괴하는지, 물론 대사로는 설명하지만 교감될 정도가 안된다. 적어도 센티넬은 흔히 보는 여러 시나리오의 '기계 vs 인간'의 경우에 해당하여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포칼립스는 같이 지구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이다.

 영화의 주요 축인 매그니토의 분노는 세계 위기의 촉발제가 되지만 이를 보여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되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따라서 아포칼립스가 세상을 멸망시키려 하는 것만큼이나 매그니토의 심정은 이해될 시간이 러닝타임 중에 더 필요했다. 매그니토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영화에서 표현되는 것만큼 엄청난 파괴를 불러올 수준으로 인식되기까지엔 극중 여러 장면과 시간이 필요했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매그니토의 분노가 그 정도였다면 다시 돌아서는 시간도 이리 짧아선 안되었다. 호흡이 필요한 부분을 액션과 영상미로 채워버렸기에 오히려 짧은 호흡을 주고 스토리 개연성을 놓치게 된 것 같았다.



◇ '퍼스트클래스'의 복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퍼스트클래스'를 짚어야 한다. 퍼스트클래스가 호평받았던 이유는 매그니토의 분노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스토리 전반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매그니토가 동전을 아주 천천히 날리는 마지막 장면과 그 배경음악은 최고였다.

 어머니를 능력으로 인해 잃은 매그니토의 분노는 겉으로 드러나는 폭발적인 분노에서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떨어뜨리는 차가운 눈빛에서도 너무 잘 표현되었었다.(심지어 아역 매그니토까지) 아포칼립스는 이 과정이 부족했다.


◇ 의미와 아쉬움, 딱 절반씩

 어쨌든 엑스맨의 프리퀄 3부작을 완성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이번 아포칼립스. 쿠키영상을 통해서, 그리고 짧은 장면을 통해서 울버린의 예고를 보여주기도 했다.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볼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나이트크롤러, 스콧, 진의 등장은 반가웠지만 '퍼스트클래스'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인물의 죽음은 아쉽다. 사실 이 과정도 중요성에 비해 너무 짧게 지나갔다. 히로인이었던 퀵실버의 활약도 기대된다.

 매튜 본의 엑스맨이 깔끔하고 완벽한 심리 묘사의 결정체라면 싱어의 엑스맨은 화려하고 범세계적 세계관을 가진 엑스맨이라는 말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물론 그렇다해도 엑스맨을 오랫동안 봐온 사람이라면 봐야할 편임에는 틀림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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