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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Jun 01. 2020

김민식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책리뷰

<영어공부책으로 속은 자기개발서>

 이 책을 사는 사람들은 어떤 의도로 살까? 아마도 영어를 공부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나도 그랬으니깐 말이다. 영어교육을 너무도 강조하는 이 나라에서 정작 정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끝내도 영어 문장 하나 말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젠 입에 올리기도 지루한 '입시위주의 영어교육'의 모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광고 문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영어을 잘하는 방법에 왕도가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영어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해 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 책이 '외워야 할 영어책'일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 영어를 잘하는 두루뭉술한 방법이 아닌, 구체적으로 외워야 할 문장, 공부할 방법을 알려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매우 교묘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스스로 영어를 잘하게 된'사람의 '자기 자랑서'로서의 역할이 6~70%를 차지한다. 그 과정에서 영어를 잘하는 방법과 몇몇 링크를 알려주긴 하지만 전적으로 이는 저자의 사례, 저자가 성공한 방법을 알려줄 뿐이다.

 이 책이 잘못된 책이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자기개발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기개발서들은 자기를 자랑하기 위한 책이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자랑하면서 자기를 개발시킨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고,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분야에서 동기부여를 한다. 그것이 자기개발서의 역할이다.  

 문제는 이 책은 마치 '영어교재'인 것 마냥 포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말 영어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은 '영어교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영어 교재가 아니다. 이 책은 그저 그 영어 교재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저자의 사례를 들어 알려주는 '메뉴얼'의 역할일 뿐이다. 


 혹여 이 책을 통해 '아, 이 책으로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단호하게 포기하고, 시중에 나와있는 다른 회화교재를 찾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회화교재를 아무리 봐도 집중이 안되고 공부가 안 될 때, 그제서야 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쓰여질 수 있다. 뭐 물론, 영어와 무관한 길을 걸으면서도 영어를 잘 하게 된 저자의 삶은 이 책을 통해 잘 배울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사려는 사람이 어떤 용도로 읽을 것이냐를 잘 판단하고 사야 한다. 서점 가판대에서 책을 몇 문장 읽어보고 사는 사람은 이를 확실히 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 서점으로 제목과 판매량에 혹해 사는 구매자라면 그 용도를 이 글을 통해 확인하고 구매 버튼을 누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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