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년 외 "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

책리뷰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유익한 이야기들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표현의 기술'이라는 신작에서 '인용'과 '발췌'가 표절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며, 글을 쓰는데 있어서 아주 유용하고 적절하게 쓸 수 있음을 언급한다. 그의 표현대로는 '지대넓얕'이 가진 텍스트의 대부분은 인용이나 발췌에 해당한다. 사실이 그렇다. 텍스트의 '완벽한 창조'는 어렵다. 다만 여러 방법, 여러 구조로 다르게 표현되고 살을 덧붙여서 창조가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허황'이 짙다. 마치 저자가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것처럼 표현해 두었고, 책을 사고 읽는 사람들은 이를 기대하게 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두 저자가 '저'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편저'를 썼다는 점은 면죄부를 줄 만하다.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저자들이 '밝힌'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밀'이라고 말할 것이 없다. 물론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도 언급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상식 선에서 익숙하게 알 수 있었던 사실들을 나열해 두었다. 또한 그 깊이도 매우 얕다. 그래서 챕터별 길이도 많지 않은데, 책 두께는 꽤 되는 만큼 이런저런 역사적 가십거리들도 많이 들어가 있다.

 오탈자도 종종 보인다. 이 책에서 언급한 '숨겨진 비밀'들은 숨겨진 비밀치곤 너무 익숙하고 공공연하다.
네이버 검색창만 잘 사용해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기록들이다. 거창한 활자와 제목으로 '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라는 제목은 읽으면 읽을 수록 저자나 독자 모두에게 오그라드는 제목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사게 된 경로는 잠실의 교보문고였다. 내부 매대가 아니라 외부에 아주 싼 값에 내놓은 매대에서 구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물론 가볍게 넘기면서 보기엔 나쁜 책은 아니다. 그러나 마냥 가볍게 보기엔 휴대하기에 무거운 책의 무게와 보면 볼수록 무거운 책의 제목이 나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글의 서두에서 꺼낸 '표현의 기술'에서는 '모든 책을 많이 꼼꼼히 읽을 필요는 없다'라고 언급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책일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꼼꼼히 읽은 나는 읽고 나서도 그리 남는게 없음을 느꼈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얻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읽어보면 안다. 이 책에서 언급한 '비밀'이 아주 간단히 알 수 있는 '비밀'임을 말이다. 간단히 알아지는 비밀은 굳이 비밀이라고 이름붙이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