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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Jun 01. 2020

현대 신화

TEXTIST PROJECT

 미국의 역사는 17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북아메리카'의 역사가 아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 말이다. 미국인들이 짧은 역사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허나 확실한건 "야, 조선시대였으면..", "야, 삼국시대였으면.."으로 시작하는 농담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역사를 배우면 '신화'가 항상 등장한다. 당장 대한민국의 역사는 단군신화부터 시작해서 수 많은 건국 신화들을 품고 지금에 이르렀다. 물론 알에서 나온다거나, 역경을 견뎌냈다는 클리셰는 반복되지만 그만큼 오랜 세월동안 전승되었음에 근거한다. 아마도 처음에 구전으로 신화들이 전해졌을 때는 "곰이 여자가 되다니!", "사람이 알에서 나오다니!"라는 스토리는 매우 신선한 반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신화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무려 1800년대가 가까운 시기라면 이미 모차르트의 시대고 프랑스 혁명이 있었다. 조선에서는 무려 정조가 탕평책을 시행하고 거중기로 수원 화성을 증축하던 그 시기였다.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사람이 알에서 나온다'는 신화가 형성되기는 어렵다.
 대신 미국은 영화산업이 매우 빠르게 발달했고 디테일하게 발전했다. 많은 이들이 미국의 신화로 '스타워즈'를 꼽는다. 스스로의 뿌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건 만인만국 공통된 본능이다. 뿌리가 너무 오래되서 희미한 역사국가들은 신화라는 기틀을 통해 스스로의 열망과 희망을 이야기에 담는다. 하지만 미국은 뿌리가 너무 뚜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현대의 신화'를 최대한 디테일하고 화려하게 만들어낸다. 헐리우드 액션/SF영화의 발전은 물론 자본의 힘이 크지만, 신화가 없는 국가의 열망을 투영한 것이 아닐까 지레짐작해보곤 한다.
 가령 스타워즈에는 첨단 과학기술들이 대거 등장한다. 또한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고, 털복숭이 괴물과 깡통모양의 로봇이 등장한다. 흑인 조력자와 악역의 기계인간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미국의 성장을 상징하는 것 같다.

 나는 역사가 긴 나라들, 가령 유럽이나 중국, 혹은 한국 같은 나라들이 실제로 신화가 만들어지던 시기에 비슷한 류의 신화들이 수백개, 수천개가 있었을 거라고 장담한다. 이야기란 그런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계속 떠돌지만, 그 중 가장 재밌고 와닿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는다. 무려 수천년을 말이다.
 미국 또한 스타워즈를 필두로 수많은 SF영화들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에 남아지는 영화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다분히 신화처럼 남아가고 있는 것이다.
 스타워즈만큼 신화급으로 남아지게 될 것 같은 영화가 '어벤져스 시리즈'이다. 각자가 가진 다양한 능력들로 인류의 위기를 극복해내는 이야기는 스타워즈에서 한층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등장시켰고, 또한 한층 더 강력한 자본과 과학의 힘을 묘사했다.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 영화를 신화로 만들어가는 과정. 영화가 신화화되는 과정. 그리고 그 신화화된 영화가 단지 한 국가의 영화나 신화가 아니라 세계인을 자극하는 과정을 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끊임없이 대중들의 열망을 담아 발전해가는 영화-신화를 말이다.
 과연 우리의 신화는 발전하고 있는지, 혹은 정체되어 있는지. 역사가 길다는 것만으로 '국뽕'을 강조하기엔 민망하다. 역사가 긴 만큼 배우는 것, 발전해 나가는 것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역사가 짧은 나라라도 보고 배워야 할 점은 배워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매체들을 통해 대중의 희망을 투영하며 카타르시스를 폭발시키는 현대의 신화가 과연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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