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IST PROJECT
재밌는 일이 있어서 급하게 쓴다.
2019년 12월 16일 오전,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번호는 010-9617-6511이다. 굳이 번호를 이렇게 남기는 이유는 뒤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화 내용을 대화식으로 서술한다.
- 나 : 여보세요.
- 6511 : 여보세요, 서인석님 되시나요?
- 나 : 네 맞습니다.(택배인가?)
- 6511 : 수고많으십니다. 저는 서울 중앙지검 OOO 검사라고 합니다.
- 나 : (..그거구나, 정색하고) 네.
- 6511 : 다름이 아니라, 저희는 큰 명의도용 사건 때문에 조사 중인데요.
- 나 : 명의도용이요?
- 6511 : 네 맞습니다. 혹시 서인석님, 박인재씨라고 혹시 개인적인 교류가 있으신가요?
- 나 : (창의력이 부족한 분들이구나) 음, 흔한 이름이네요?
- 6511 : (이상하다. 반응이 왜이러지?) 흔한 이름이라고요?
- 나 : 네. 제가 아는 박인재씨가 너덧분 정도 계신데..
- 6511 : 아.. 그럼 몇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전라도에 거주하는 38살의 박인재씨를 아시는지요.
- 나 : (슬슬 시작해볼까) 음.. 그런데 혹시 아까 어디라고 하셨죠?
- 6511 : (뭐지?) 네? 제 위치요?
- 나 : 아니요, 아까 무슨 지검이라고 하셨잖아요?
- 6511 : 네, 서울 중앙지검입니다.
- 나 : 이상하네요. 중앙지검에서 010번호로 전화를 하시나요?
- 6511 : (?!) 네?
- 나 : 저 누군지 모르세요?
- 6511 : 네?
- 나 : 서울중앙지검이시라면서요. 저 누군지 알고 전화하신줄 알았는데..
- 6511 : 네?
- 나 : 다시 여쭐게요. 서울중앙지검인데 010 번호로 전화를 하셨다고요?
(전화 끊어짐)
'보이스피싱'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의 루틴은 혁신도, 발전도 없다. 정직한 시스템 안에서 정직하게 돈버는 자들도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사기로 벌겠다면 조금 더 창의력을 발휘해야 발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들을 잡아야 하는 국가 시스템과 시민의 의식은 이들이 발휘하는 창의력과 노력보다 훨씬 앞서 있어야 하고.
다시 말하지만 받은 번호는 010-9617-651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