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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Jun 07. 2020

전염병2 : 위대함

TEXTIST PROJECT

 지역이나 인종과 무관하게 퍼져나가는 전염병 앞에 인류는 소박하다. 어떻게든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으나, 노력에 비해 자연은 거대하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이룩한 수 많은 의학과 과학기술을 비웃듯 더이상 확진자 숫자를 집계하는게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전염에 전염을 거듭하고 바이러스가 몸 붙일 인간 신체를 찾아 퍼졌다.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고 문을 닫는 걸로 전염 확률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집 안에 있어도 되는(혹은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타인을 지키기 위해 문 밖으로 나선다. 그것이 인간이다.
 대구/경북지역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역의 의료진은 절대적으로 환자를 수용하고 보살필 숫자가 부족하게 됐다. 대구/경북지역 외에 거주하는 이들은 통계적으로나 확률적으로나 병과는 조금 멀게 있다. 비말 감염이 전제가 된 질병에게 상대적으로 조금이나마 더 안전했다. 그럼에도 타 지역의 의료진들은 사지로 뛰어들었다. 수백명의 의사들은 실리를 따지기 전에 일단 전쟁터로 몸을 던졌다.

 가족들은 말렸을 것이다. 말리지 못하더라도 걱정할 것이다. 매일 매시간마다 뉴스에서 불러주는 숫자들은 병 앞에 인간이 얼마나 약자인지를 적나라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 숫자에 사랑하는 이들이 포함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천사들은, 아니 전사들은 그들의 의료지식과 손길이 필요한 벼랑 끝으로 달려갔다.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다.
 가운입은 이들만 뛰어나간 것은 아니다. 인간들은 그들이 그저 숨죽이고 숨어있어도 되는 상황에서조차 해야할 일을 찾았다. 환자가 많은 지역으로 크고 작은 지원들이 빗발친다. 직접 치료할 순 없지만, 의료진 뒤의 방파제가 되길 자원했다. 빵부터 음료, 돈까지. 그들이 정말로 보낸 것은 빵 하나, 음료 한캔, 돈 얼마가 아니라 사실은 마음이다.

 국가적인 전쟁이 됐다. 그리고 최대 격전지는 대구/경북이다. 의료진들부터 행정가들, 관련 종사자들 뿐 아니라 의료행위와는 전혀 관계없는 소시민들, 남녀노소 모두 이 전쟁에서 전사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땀과 마음을 모으고 있다.
 격전지의 전사들은 꽃샘추위와 상관없이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그들에게 뭐라도 보내고 싶은 이들의 성원은 때를 가리지 않고 날아든다.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국가적 전쟁을 얼토당토 않은 소재로 악용하려 들지만, 전쟁터에 자리한 이들은 그런 행태에 눈길조차 돌릴 틈이 없다. 당장 눈 앞에 죽어가는 이들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이미 시간도 여력도 매우 부족하다.
 인간의 나약함으로 속단할 순 없지만, 확진자의 증가세가 감소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격전은 이어진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하나로 모아진 무명의 인간들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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