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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Jun 17. 2020

에픽하이 "Lovescream"

음반리뷰

<슬픈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섬세하게 짜여진 소품집>


  이 앨범은 살까 말까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우선 앨범의 겉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멋진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두꺼운 책자가 들어있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소품집이었기 때문에 트랙리스트도 겨우 7개였다. 

 하지만 음반은 결국 그 목적이 음악인 것. 에픽하이의 음악성을 믿고 앨범을 구매했다. 듣고 나서는 1번 트랙부터 이 앨범은 아깝지 않은 앨범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앨범의 가장 앞 장에는 '전자음을 최대한 줄였고 피아노와 현악기 위주로 곡을 썼다'고 명시했다. 이 앨범 전체의 느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편한 공간에서 듣길'이라고 써져 있다. 음악을 기대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인트로 느낌의 'butterfly effect'는 피아노 멜로디로 진행된다. 앨범 전체의 인트로이기도 하지만 다음 트랙인 'fallin''의 인트로로도 충분하다. 매끄럽게 넘어간 트랙은 잔잔하지만 절절하다. 반복되는 피아노 멜로디가 단조롭기보다는 명확하게 우울감을 읊조린다. 후렴구의 반복도 인상깊다.

 'harajuku days'는 앨범 전체의 두번째 섹터가 시작되었음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트랙 '습관'은 시작부터 하동균의 목소리로 청자를 강하게 사로잡는다. 오랜만의 미쓰라가 작곡한 트랙인데, 앨범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곡 구성이다. 

 '쉿'은 다시 앨범의 세번째 부분으로 전환을 알려준다. 이어지는 '1분 1초'는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대중적으로도 상당히 성공한 트랙이다. 이 시기까지 보여줬던 에픽하이의 대중적 스타일의 전형이다. 앨범의 색깔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귀에 오래도록 머물게 된다. 

 일곱번째 트랙인 '1825(Paper cranes)'는 앨범을 닫아준다. 여전히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전혀 거스르지 않는 투컷의 작곡이다. 미쓰라만 등장하는 곡이다. 앨범은 미쓰라의 목소리와 함께 의도했던 바를 최대한 잘 전달하고 플레이를 멈춘다.




 들으면서, 혹은 읽으면서 눈치챘겠지만 이 앨범은 사실 마지막 트랙을 제외하고 총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속지의 마지막 페이지에 인쇄된 트랙리스트도 각 부분을 각인시켜주듯 트랙 1,2와 트랙 3,4, 트랙 5,6을 묶어두었다. 앨범은 전체가 어떤 색깔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확고하게 보여주면서도 각 부분들의 느낌도 잘 살렸다. 일곱 트랙을 들었다기보다는 길게 연결된 세 곡을 듣고, 아웃트로를 듣게 만들어주는 앨범 구성이다.


 현대인의 삶은 참으로 지루하다. 같은 일상이 항상 반복되는 삶이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현대인들은 더욱 트랜드에 민감하고 듣는 취향도 금새 변한다. 이 앨범은 새로운 시도를 한 앨범도 아니고 새로운 멜로디를 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상적이다. 듣는 듯 안 듣는듯, 편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감정이 잔잔한 음악을 원한다면 들기 아주 적합한 음악들로 구성된 앨범이다. 

 또 한가지 고려할 것. 좋은 음반은 음반 자체만으로 하나의 음악이다. 이 앨범도 마찬가지이다. 위에서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음을 설명했지만, 그냥 이런 꼼꼼함을 놓고, 30분 정도 되는 하나의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하자. 에픽하이가 선사하고자 하는 슬픈 감정을 멜로디와 랩 가사만으로 온전히 느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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