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인석 Jun 17. 2020

지누션 "The Reign"

음반리뷰

<박재범 'Worldwide'보다 십 수년전의 Worldwide>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한동안 정체된 힙합의 흐름 중 '대중성'부분의 흐름을 담당했던 이른바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 지누션이다. 데뷔앨범인 'Gasoline'은 타이틀곡 '가솔린'과 엄정화가 피처링했던 '말해줘'를 전면에 내세워 힙합 앨범사상 역대 최다 앨범 판매 기록은 70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때부터 절친이었던 두 사람이 그룹으로 결성되면서 갖는 의미는 두 가지이다. 첫째로, '힙합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이 있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로는 YG라는 신생기획사(당시엔)의 첫 히트작이자 양현석의 매니지먼트 역량 증명의 시발점이었다는 것. 양현석 사장은 당시 '킵식스'의 실패로 오명을 안고 있었다. 따라서 YG라는 기획사의 시작을 대부분의 대중은 기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레전드였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으로만 기억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지누션 1집의 성공에 힘입어 YG는 태동할 수 있었고, 원타임, 세븐, 렉시, 등의 막강한 히트 뮤지션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누션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아직 은퇴도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고, 오히려 '쇼미더머니' 심사위원으로 함께 나오거나 '무한도전'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토토가'의 인기에 힘입어 '한번 더 말해줘'라는 싱글도 공개했었다.

 전설적인 면에 비해 지누션의 음반은 YG패밀리 앨범을 제외하면 단 네장밖에 되지 않는다. (1.5집을 포함하면 다섯장이다.) 모두가 역작으로 평가받는 음반이지만 '넘사벽'으로 불리는 지금 이 앨범, 3집은 그야말로 YG에서 만든 음반들 중에서도 거의 최고로 꼽힐 뿐 아니라, 한국 힙합 역사에서도 엄청난 기록을 남긴 앨범이다. 

 '맙 딥'의 '프로디지', '싸이프러스 힐'의 '비-리얼', '치노XL', '엠플로우'.. 유명한 힙합 뮤지션들을 든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음반에 피처링 한 뮤지션들이다. 피처링 군단으로만 봐도 거의 범지구급 음반이다. 또한 이 앨범을 계기로 '원타임'의 '테디'는(여러분들이 아는 그 테디)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폭발시키게 되는데, YG 내에서도 메인 프로듀서가 '페리'에서 '테디'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워낙 어마어마한 음반이기에 서론이 길었다. 각 곡들을 통해서 진짜 이 음반의 진가를 나눠보자.




 Holidin' Down의 웅장함은 앨범의 각오를 드러내는 듯 하다. 이 때까지 YG에서 페리가 왜 메인프로듀서인지를 이 곡 하나로도 충분히 증명 가능하다. 맙딥의 프로디지에게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상대적으로 지누와 션의 랩은 분량이 적어보인다. 아마 프로듀싱 과정에서 레전드를 예우하기 위해 그 정도는 충분하다고 여긴게 아닐까 싶다.

 A-yo는 2001년을 싸이와 함께 휩쓸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리마다 "A-yo!"가 울려퍼졌다. 작곡가 테디는 아리랑을 변주해서 이 곡을 만들었다. 테디가 준 메인프로듀서의 위치로 올라오기 시작한 바로 그 곡이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꼬마 지누션'도 화제가 됐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빅뱅의 태양이다.

 Real Wunz에서도 피처링의 무게감은 어마어마하다. 싸이프러스 힐의 비-리얼이 첫 벌스를 끊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이 나왔을 때, 표절 시비가 있었는데 그 대상이 바로 싸이프러스 힐이었다. 당시는 멤버였던 양현석은 사장이 되어서 소속가수의 앨범에 당당히 피처링으로 그들을 섭외했다는 건, 당시 있었던 표절시비에 대한 무언의 강력한 대답이었을 것. 

 빙빙빙은 중독성이 강한 후속곡이었다. 다른 곡들의 무게감에 비해 성과는 아쉬웠다. 다음 트랙으로 이어지는 Hip Hop Seoul-者의 카리스마도 강력한데, 이래저래 빙빙빙은 앞 뒤 트랙에 치이는 모양새가 됐다. Hip Hop Seoul-者는 치노XL이 참여했다. 하지만 그의 첫번째 벌스만큼이나 지누션과 마스타우, 테디의 피처링도 좋은 밸런스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꼽는 곡이기도 하다.

 후속곡 빙빙빙보다 사실 더 대중적이었던 곡은 여섯번째 트랙인 Ooh Boy다. 피처링은 당시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던 제이. 1집의 '말해줘'보다 좀 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흘러간다. 

 2Run HipHop은 말장난 같은 제목이다. '이런 힙합'. 몇 안되는 피처링 없는 곡이다. 이어지는 힙合은 한자로 '합할 합'을 가져오면서 '힙합 하는 사람들끼리 싸우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렉시와 마스타우가 곡의 완성도를 더한다. Follow Me에서는 무려 엠플로우가 등장한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팝같은 스타일의 곡인데, 20년이 지난 지금 들었을 때도 트렌디하다는 느낌을 주는 곡이다. JS Anthem은 조금 촌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다. Outro로 움직이며 앨범을 닫는 듯 하다.

 하지만 보너스 트랙으로 담겨있는 Ooh Boy (Black crew Remix)는 여섯번째 트랙으로 있던 Ooh Boy와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로 앨범을 닫아준다. '탑골래퍼'의 대표주자 3534와 이 정도면 이 앨범의 제 3의 멤버로 봐도 무방한 페리, 그리고 렉시가 함께 했다. 보컬은 제이 대신 리사. 



이렇게 트랙들을 돌아보면 열두 트랙 중 제목에 '힙합'이 들어간 곡이 무려 세 곡이다. 이 앨범에 대해 갖는 지누션 본인들의 자신감으로 느껴진다. 개별 곡들의 완성도도 그렇고, 참여 뮤지션들의 면면으로봐도 오랫동안 회자될법한, YG에서 회사의 대표 수작으로 내놔도 괜찮을, 그런 앨범이다.

 많은 음악 평론가들은 YG를 빅뱅 전후로 나누곤 한다. 하지만 음악으로만 본다면 YG의 음악은 바로 이 지누션 3집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평가하고 싶다. 거대 뮤지션들의 피처링 동원력을 비롯해서 여러 패밀리곡들, 그리고 테디의 프로듀서로서의 역량 강화 등 때문이다. YG는 여러 악재 속을 근근히 견디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앨범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수'보다 '프로듀서', '작곡가'로서의 행보로 무게추를 옮겨간 테디는 이제 변해온 시대를 그대로 주파하여 빅뱅, 블랙핑크 등의 음반을 담당하며 YG '공장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 지누션은 더이상 YG 내부에서 가수로서 메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전설적인 모습은 바로 이 음반안에 축적되어 담겨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에픽하이 "Lovescrea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