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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Jun 19. 2020

시니, 혀노 "죽음에 관하여"

책리뷰

<우리 모두가 그 시간을 향해 다가간다>


 '죽음'은 아주 무겁다.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죽음 자체가 그렇게 특별하고 무거울까. 이 책은 네이버 웹툰 원작이다. 요일별로 올라오는 형태가 웹툰의 장점이기도 하다. 편하고 소소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 그런 웹툰에 '죽음'이라는 소재라니. 

 우리는 늘 죽음을 무겁고 어렵게 생각한다. 하지만 웹툰의 스크롤을 올리는 행동에 대해 무겁고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스윽 넘겨보고 즐길 뿐이다. 적극적인 독자는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정도다. 어쩌면 이 책은 죽음이 웹툰만큼이나 가까운 것임을 상징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어떤 종교적인 신념도 들어가지 않는다. 철학적 질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신이 옳고,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얘기하지도 않는다. 죽은 후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 어떤 과학자나 철학자, 종교인, 정치인도 결코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찰을 해보기 전, 그 누구도 평상시에 죽음 자체를 '일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시한부환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 우리는 누구도 '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진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죽는다. 사실이 그렇다. 아직 영원히 살고 있는 자를 본 적이 없다. 그냥 '모두'가 당연히 맞이하는 지극히 '평범'한 과정이다. 각각의 죽음들이 슬프고, 덜 슬프고를 굳이 나누지 않는다. 죽음은 그냥 자체고 사실일 뿐이다. 


 만화로 그려진 이 책에는 눈물나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다른 웹툰들에 비해 엄청나게 긴 장편은 아니지만, 그 감동과 생각의 깊이마저 짧은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방수의 에피소드와 아버지의 에피소드가 눈물을 샘솟게 만든다고 느꼈다. 많은 뉴스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등장하는 '무섭고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우리 주변의 이야기여서 더욱 공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결국 이 책은 '죽음에 관하여'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의 다른 제목은 '삶에 관하여'나 마찬가지다. 모두의 삶이 소중하기 때문에 죽음은 의미가 있다. 죽음과 삶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삶의 과정 중 가장 마지막 순간을 '죽음'으로 정의할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항상 품고 살 수는 없지만 마음 한켠 어디엔가 보관해둔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삶'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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