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당신, 오늘, 여기서, 행복한가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문학기행, 첫번째 이야기

by issueproducer

“전 사는 게 너무 좋거든요.”

어떤 대화를 하던 중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 말을 하면서 씩 웃던 지인의 얼굴을 보며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는 생생히 기억한다. 대부분 사람은 사는 것이 힘들다고 말한다. 그나마 ‘삶’과 ‘좋다’는 단어를 함께 쓸 때는 “좋은 삶을 위해서 노력해요”라는 말이었다. ‘사는 것이 좋다’와 ‘좋은 삶을 산다’는 것은 순서만 바꾼 말장난 같지만, 그 느낌은 아주 다르다.

‘좋다’는 말에 여러 가지 뜻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산다’라는 말에서는 ‘성질이나 내용이 보통 이상이거나 우수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이에 반해 ‘사는 것이 좋다’는 말에서는 ‘마음에 드는 상태에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아주 다른 뜻으로 쓰였지만, 그 차이는 미묘한 뉘앙스로만 느껴진다. 언어는 사람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라, 지금의 삶을 마음에 들어 하기 위해서는 우수해져야 한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사는 것이 좋다’고는 잘 말하지 않나 보다.

언어적 특성이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예는 또 있다. 바로 ‘행복’이라는 단어다. 행복을 한 글자 한 글자 뜯어보면 뜻하지 않은 좋은 운을 뜻하는 ‘행(幸)’과 복을 의미하는 ‘복(福)’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글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복권에 당첨되는 것처럼 복된 좋은 운수가 찾아와야만 행복해질 것 같다. 하지만 행복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전에서는 행복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으로 정의했다. 어쩐지 흡족하게 맛있는 떡볶이 한 접시만 먹어도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니.

조상님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지만,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에다가 ‘행운과 복’처럼 거창한 한자를 조합한 건 좀 너무했다. 글자만 보면 떡볶이의 매콤함에서 느낀 행복이 진짜 행복이 아닌 것처럼 보이잖아. 아주 옛날에는 자연재해와 기근, 역병에 맞설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한 삶은 전적으로 운에 달려 있었으니까, 행복이라는 단어도 행운과 복의 합체라고 이해해 드려야 하나. 하지만 시대가 변하였고 단어의 뜻도 변하여 우리에게 행복한 삶은 자신의 삶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행복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책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vs <한국이 싫어서>


행복은 결국, 자신의 좋고 싫음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좋고 싫은 것도 특별히 없다고? 그렇다면 <한국이 싫어서>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들은 당장 제목에서부터 좋고 싫음을 명확하게 얘기한다. 하나는 싫다는 감정을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하나는 자신을 스스로 팬클럽이라며 칭하며 좋아하는 것을 대놓고 드러낸다. 이렇게나 좋고 싫음에 확신할 수 있다니! 좋고 싫음을 알게 되면, 다음으로는 좋아하는 것을 쫓거나 싫어하는 것을 제거하는 것으로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 각 책의 주인공들은 각각의 방법으로 이를 직접 실천한다.

우리 모두 프로가 되라고,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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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발췌는 개정판 3쇄를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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