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3]프로를 요구하는 사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문학기행, 세번째 이야기

by issueproducer

직장의 수직적인 문화를 바꾸겠다며 직급의 계급장을 떼고 프로, 책임, 수석 등으로 부르는 기업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문가를 의미하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에서 따온 프로, 맡아서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임무를 의미하는 책임, 가장 으뜸을 칭하는 수석. 그 호칭에서 회사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능력치가 팍팍 느껴진다. 이제는 사람들을 김 수석, 이 책임, 박 프로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프로라는 단어는 만인이 사랑해 마지 않는 스포츠에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게이머처럼. 프로는 보통 스포츠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인데, 아마추어와 구분 짓기 위하여 프로라는 접두어를 붙인다. 곧 프로선수는 취미가 아니라 운동을 전문적으로 직업 삼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을 한다. 성적이 곧 자신의 몸값이 된다.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즐기면서 하는 자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즐기는 것을 넘어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프로의 숙명이다. 그래서 국내 프로야구의 한 구단주는 프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스포츠인이라면, 특히 아마추어나 직장인이 아닌 프로는 연봉을 받고 운동을 하는 프로야구 선수는 최고를 지향하는 프로페셔널 정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그 목표를 갱신하고 더 높은 골을 향해 나갈 필요가 있다. 프로정신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최고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도전해나가는 것. 아! 프로라는 것, 얼마나 멋있는가? 그래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이 아름다운 프로의 자세를 본받아 사보에 ‘직장인의 필수 생존 전략, 프로정신’을 주제로 특집 기사를 실었다. ‘돈을 받고 일하는 모든 사람은 이미 프로다!’ 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확실히 요즘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해진 대신, 성과와 능력에 따라 연봉과 보수를 주는 프로 직장인의 시대이다. 우리는 이미 날 때부터 프로라는 말을 익숙하게 접하고 살았기 때문에, 보수를 받는 직업인으로서 프로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용납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프로 정신의 저변은 점점 확장되어, 전업주부의 세계도 프로와 아마추어로 나누었다. 프로주부는 깔끔한 집안 살림, 화려한 요리실력, 자녀 교육에 대한 빠른 정보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직접 가구나 옷을 만들고, 실내장식도 스스로 시공하고, 채소도 유기농으로 키워 먹고 뭐 그런 사람들이 프로 주부라고 소개되던데. 이쯤 되면 프로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누가 우리에게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 세뇌를 시켰는지 머리가 아파진다.


이 프로라는 바이러스는 이제 또 다른 변형을 마쳐 모든 행위를 숙주 삼아 감염시키기 시작하여 프로 불참러, 프로 야근러, 프로 불편러 등 새로운 신조어를 마구마구 쏟아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불참도 야근도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에도 ‘전문가’를 붙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바야흐로 프로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주인공은 아버지가 책상에 잘라 붙여준 글귀를 보고 한 단어 한 단어씩 영어 사전을 찾아 해석한다. 그리고는 야망이 없이는 도저히 불안해서 살 수 없겠다는 막연함을 느낀다. 갓 초등학교 졸업한 어린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잠시만 프로의 세계에서 만년 벤치만 데우고 있는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보자.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은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알려주어야만 했던 이 사회의 필수 생존 기술이 아니었을까.


도대체 한국인은 언제 쉴 수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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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발췌는 개정판 3쇄를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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