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식료품 매장에서 여성 쇼핑 플랫폼까지
Pinterest, Apple Music, Netflix가 나올 때만 해도 Curation은 데이터를 통해 취향을 맞춰 콘텐츠를 뿌려주는 게 다라고 생각했는데, 유통조직의 회사에 있으며 일하다 보니 Curation이란 오프라인 저 머너부터 시작된 게 아니까 생각을 해본다.
오프라인은 가게의 콘셉트에 맞춰 어떤 제품군(Category)을 보여줄지 기획한 후 업체를 일일이 만나 가장 적합한 물품을 찾아 계약을 진행한 후, 가게의 인테리어는 웹사이트의 UXUI 같이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해 자신의 콘텐츠(물품)를 잘 보여주고 또 좋은 경험을 남길 수 있게 Customer Journey를 형성한다.
2년 전 회사를 옮기고 난 후 업무 프로세스, 미팅, 보고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나누며 내가 느낀 건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프라인은 온라인과 많이 닮은 것 같다. 방식은 다를 뿐 고객의 중심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의 기업 구조가 새로 탄생한 기업과 다를 것일 뿐.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대에 디지털이란 공간이 생겨난 것일 뿐 이 둘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니까.
그래서 온/오프라인 큐래이션의 관계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도 하고 도표도 그리고 했는데, 이게 뭐랄까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 영감을 준 각지 다른 모습의 큐레이션 사업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La Grande Epicerie de Paris
Offline Luxury Brand
LVMH(Louis Vuitton, Moet & Chandon, Hennesy)는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이다. 약자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DFS 면세점, 화장품 Sephora, 봉마르셰 백화점 등 LVMH의 신유통 사업부는 패션잡화 사업부(39.5%)에 이어 LVMH에서 두 번째로 큰 사업부(29.1%, 2018년 상반기 매출 기준)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데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는 DFS나 세포라와 달리 봉마르셰 백화점은 여전히 한 개 매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봉마르셰가 세계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이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라 사료된다. 프랑스에 파리만큼 부유한 고객이 밀집해 있고 많은 관광객이 유입되는 도시는 없기 때문이다.
봉마르셰 백화점 식품관인 그랑드 에피세리는 세계 최고의 식품 큐레이션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은 가장 큰 슈퍼마켓도, 가장 비싼 먹거리를 파는 곳도 아닌 가장 맛있는 먹거리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그랑드 에피세리의 큐레이션은 식자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소비자가 좋은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좋은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지식이 많은 소비자에게는 그들이 반길 만한 새로운 식품 라이프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데 의의를 둔다.
이들의 큐레이션이 뛰어난 이유는 바이어들의 역량이 그만큼 압도적이기 때문인데 프랑스에서 LVMH는 금융 및 컨설팅 기업에 이어 명문대 출신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업으로 프랑스 명문대생들은 좋은 집안 출신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좋은 식문화를 경험하면서 성장하며 패션, 잡화, 화장품, 향수, 호텔, 주얼리, 와인 등 고급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다양한 사업부를 보유한 LVMH는 명성에 걸맞게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 즉 그랑드 에피세리는 좋은 인재를 채용해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는 LVMH의 계열사이기에 세계 최고의 식품 큐레이션이 가능한 것이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큐레이션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이어들이 선정한 먹거리를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 이미 온라인 쇼핑과 관련해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적용된 바 있는 만큼 그랑드 에피세리의 오프라인 매장 큐레이션 역량을 온라인에 이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서비스적 큐레이션, 데이터를 기준으로 콘텐츠를 선별하는 + 큐레이션 사이트 콘셉트의 UXUI를 가져가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어쩌면 이건 나의 프레임에 갇힌 사고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오프라인의 연결 선상에서 그들의 큐레이션을 하고 있으니까.
참고로 LVMH는 2015년 애플 뮤직의 임원이었던 이안 로저스를 CDO(chief digital officer)로 영입해 2017년 그랑드 에피세리 온라인을 론칭하고 파리 16구에 그랑드 에피세리 2호점을 열어 배송 포인트를 두 곳으로 늘렸다.
MR. PORTER
Men’s Style Curation
남성복을 다루는 멀티숍 성격의 이커머스 분야에서 선두 업체입니다. 남자의 심리를 잘 아는 것도 강점이지만, 내 취향과 다른 아이템조차 매력적으로 보이게 제안하고 구매를 이끌어내는 능력 또한 뛰어나죠. 이는 패션지에서 해오던 ‘계몽’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룩을 입으면 멋집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비주얼을 보여주니까요. 멀티 브랜드의 기존 방식이 매력적인 브랜드를 엄선해하는 데 그쳤다면 미스터포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브랜드지만, 미스터포터가 엄선한 브랜드를 구매했을 때 소비자가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고 할까요?
누구보다 트렌드를 빠르게 해석하면서도 상품 기획에 트렌드를 전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누구에게나 팔릴 제품을 구비해놓고 있다고 오해할 만한데, 실질적으로 바잉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상품 구성 속에 어떻게 자신의 색깔을 반영하려 노력했는지 알 수 있죠. 미스터포터가 가진 퀄리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곧 그들이 지난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판매자가 많은 소비자를 매장에서 직접 마주하며 신뢰를 쌓아왔다면, 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인종 그리고 디자인 취향을 가진이에게 신뢰를 심어줬다는 것이 굉장한 일이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VMD(Visual Merchandiser)가 어떻게 옷을 진열하고, 마네킹에 어떤 옷을 스타일링하느냐에 따라 매장의 매출이 영향을 받습니다. 저는 미스터포터의 웹사이트가 단순히 세련된 편집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추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커머스에선 몇 번의 클릭 수로 내가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는지, 어떤 경로로 제품에 가장 손쉽게 도달하는지가 곧 비주얼 머천다이징이 아닐까요? 오랜 시간 머물게 하면서도 쏟아지는 제품 사이에서 피곤함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것이 미스터포터 웹 디자인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제품 구성이 양 극단에 치우치는 않는 것은 이들의 특징입니다. 하이 패션과 로 패션, 다시 말해 럭셔리와 스트리트 브랜드를 섞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하이 패션의 브랜드를 좀 더 쿨하게 보이도록 한 전략으로 샤넬이나 디올같은 파리 기반 하우스 브랜드의 쿠튀르 컬렉션에서 장인이 만든 드레스에 운동화를 매치했던 예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나이키의 스니커즈와 톰포드의 구두는 완벽하게 다른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미스터포터가 셀렉트하면 그 또한 같은 카테고리처럼 보인다. 이처럼 미스터포터에서 판매하는 브랜드나 아이템의 범주는 굉장히 넓지만, 그들이 자랑하는 스타일만큼은 한결같다.
아크네 스튜디오, 더 엘더 스테이츠맨, 메종 키츠네, 아미는 모두 브랜드가 탄생한 지역과 도시의 감성을 앞세우며 그들이 즐기는 문화를 브랜드와 아이덴티티로 내세운다. 메종 키츠네는 일렉트로닉 뮤직 레이블로 시작, 아크네 스튜디오 역시 스톡홀름의 광고 디자인 에이전시가 모태인데, 콘텐츠를 만드는 미스터 포터 입장에서 이런 부분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지그재그
여성 쇼핑몰 Platform
지그재그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 수수료도 없다. 이 회사는 ‘여성 패션의 구글’을 꿈꾼다. 전국에 있는 약 3000개의 온라인 쇼핑몰과 거기 올라오는 수백만 개의 상품을 쉽게 검색해주는 쇼핑 검색 엔진의 역할만 한다. 수익은 광고에서 낸다. 구글처럼 단순하게, 가장 빠르고, 가장 손쉽게 원하는 옷을 찾도록 수천 개의 쇼핑몰을 크롤링해주고 자동으로 큐레이션해주는 기능이 핵심이다.
수많은 큐레이션 앱이 범람하는 시장에서 지그재그가 검색 엔진으로써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업체가 여성 패션에 남다른 지식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원 절반 이상이 IT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이고, 경영진 3명 모두 남성이다. “어떤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디테일하게 인지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는 자신 있다. 그것이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기술력’이 아닌가 한다.” CEO 서정훈의 말이다.
윤상민이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 왔다. 정식 버전에 들어갈 핵심 기술은 2가지로 압축됐다. 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긁어서 가져오게 만드는 크롤링 기술, 유저별로 상이한 검색 결과와 광고 상품을 보여주는 개인화 기능이다.
매일 수천 개의 쇼핑몰에서 수십∼수백 건씩 올라오는 신규 상품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업데이트할 수야 없다. 알고리즘으로 짜인 봇(bot)이 자동으로 돌아다니면서 상품 정보와 이미지를 긁어 와야 한다. 구글 검색 엔진처럼 ‘크롤링(crawling)’하는 것이다.
봇을 개발하기에 앞서 쇼핑몰들의 허락을 받고 ‘입점’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서정훈 생각에 쇼핑몰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공짜로 쇼핑몰을 홍보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예전에 만났던 100억 원대 쇼핑몰 운영자를 찾아가 입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었다. 뜻밖에도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쇼핑몰들을 검색엔진 안으로 자발적으로 끌어들일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물러나기엔 사업 아이디어가 너무 아쉬웠다. 남은 방법은 하나다. 이쪽에서 그냥 상품 정보를 긁어오는 것이다. 이 방법의 적합성을 검토했다. 변호사를 통해 이 방법에 법적 문제가 없을지 확인해봤다. 변호사들이 늘 그렇듯이 확답은 주지 않았다. 쇼핑몰들이 올리는 상품 정보를 허락 없이 가져오더라도 그것을 이용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여주기만 하고 실제 구매는 해당 쇼핑몰 사이트에서 진행되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사실 우버와 에어비앤비, 풀러스 등의 사례에서 보듯 스타트업이 들어가는 전통 산업에서는 아직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하거나 판례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크로키닷컴 역시 일단 서비스를 시작해보자고 생각했다. 다만 쇼핑몰 측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바로 그 쇼핑몰의 상품 정보는 내려준다는 정도의 방침은 세웠다.
기술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그 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같은 크롤링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이렇게 긁어오느냐, 저렇게 긁어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하나 참을성 있게 맞춰가는 수밖에 없었다.” 윤상민의 말이다.
크롤링 기술을 적용해 개별 상품들의 정보를 앱 안으로 가져오니 소비자의 행동을 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사용자가 지그재그 앱에서 맘에 드는 상품을 골라 클릭을 하면 해당 쇼핑몰 사이트로 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그 사용자는 인앱 브라우저(in-app browser) 안에 남아 있는 상태다. 이로써 엄청난 사용자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유저가 각 쇼핑몰에서 무엇을 클릭하고 구매하는지, 또 배송 번호는 무엇이고 어떤 상태인지까지도 앱 안에서 트래킹이 가능하다. 물론 쇼핑몰과 입점 계약을 할 때 이런 부분을 충분히 설명한다. 이름,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분리해 데이터를 익명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각 쇼핑몰에서 긁어 온 상품정보를 사용자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네이버쇼핑 등 쇼핑 검색 서비스는 광고상품 우선이다. ‘원피스’ ‘스키니진’처럼 자주 검색되는 키워드의 경우 주요 위치에 노출되기 위한 광고료가 주 1000만 원 이상 하기도 한다. 크로키닷컴은 그런 전통적 방식이 사용자 편의성을 저하시킨다고 봤다. ‘패션의 구글’이라면 사용해서는 안 될 방식이다. 사용자는 어떤 검색 결과를 원할까? 광고상품 우선도 아니고, 남들이 좋아하는 옷 우선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옷이 먼저 나오는 것이 가장 좋다.
크로키닷컴은 이를 위해 개인맞춤화 검색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최초 가입하면 나잇대를 입력하도록 한다. 최초 검색에서는 20대 초반 사용자에게는 캐주얼한 옷이, 30대 초반에게는 오피스룩에 어울리는 옷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인다. 그다음부터는 어떤 쇼핑몰과 어떤 아이템을 더 많이 구경하고, 더 많이 ‘찜’하고, 더 많이 구매하느냐에 따라 사용자 정보가 업데이트된다.
클러스터링 기법을 이용해 ‘패션 나이’ ‘패션 스타일’ ‘선호하는 옷 모델의 스타일’ ‘자주 이용하는 요일, 시간대’ ‘구매율’ 등을 분석해서 그에 맞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똑같이 ‘꽃무늬 치마’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보이는 상품 리스트가 다르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검색하더라도 어제와 오늘의 검색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그 사람이 앱상에서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 취향이 업데이트되고, 또 요일이나 시간대에 따라 상품마다 검색 알고리즘의 가중치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사용자의 데이터뿐 아니라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해주는 통계 역시 요긴하다. 수천 개의 쇼핑몰을 모아놓다 보니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이고, 여기서 유용한 연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봄에 ‘쉬폰’이라는 특성을 지닌 옷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는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면 2018년 봄 시즌에도 그런 옷들을 더 자주 보여주도록 검색 알고리즘에 가중치를 줄 수 있다. 2017년 10월에는 ‘롱패딩’이라는 검색어가 치솟았다. 그래서 이들은 누구보다 먼저 롱패딩 유행을 예측했다.
간혹 엉뚱한 통찰을 발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월 1일에 온라인몰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있다. 왜 그런지 궁금해 조사해보니 청소년이 많이 사용하는 휴대폰 간편 결제의 월간 상한액이 매달 1일 리셋되기 때문이었다. 또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매출이 뚝 떨어진다는 특징도 있는데, 이것은 주말에 택배가 쉬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당장 내일 물건을 받을 수 있어야 구매를 한다는 뜻이다.
쇼핑몰 업계에서는 옷의 이미지가 최대한 크게,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상품 설명에도 온갖 미사여구가 붙는다. 지그재그팀에게는 그런 선입견이 없었다. 옷도 하나의 상품이라고만 생각했다.
2017년 12월 광고 페이지를 도입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광고를 2열로 배치하자는 안과 3열로 배치하자는 안이 나왔다. 전체 사용자의 5%를 대상으로 A/B테스트가 진행됐다. 물론 앱스토어의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사용하므로 사용자들은 본인들이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테스트 결과 나온 데이터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이 보였다. 광고를 줄당 2개씩 배치하든, 3개씩 배치하든지 간에 최상단에 놓인 상품들에만 클릭이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둘째 줄부터는 클릭 수가 현저히 떨어졌다. 이렇게 광고의 위치에 따라 클릭률의 변동이 크면 위치 관계없이 고정된 금액의 광고비를 받는 지그재그 방식에서는 문제가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맨 윗줄에 작은 사진을 3개 보여주고 그 아래부터는 큰 사진으로 2개씩 배치하자는 것이었다. 다시 A/B 테스트가 실시됐다. 사용자가 이 독특한 배열에 익숙해지는 시간까지 고려해서 한 달 동안 데이터를 관찰했다. 그 결과 가설이 입증됐다. 맨 윗줄의 작은 광고 3개와 그 아랫줄의 큰 광고 2개의 클릭률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이 데이터를 보고 난 다음에야 개발팀은 광고페이지가 3-2-2 배열이 되도록 모든 사용자의 앱을 업데이트했다.
지그재그의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온라인/모바일 서비스다. PC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그랬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에서 제공되는 모바일 서비스에서는 사용자경험(UX)이 특히 중요하다.
속도: 지그재그는 특히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 검색에서부터 각 온라인 매장의 문턱까지 이르는 경로를 최소화하고, 매 단계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검색 과정 단계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오늘날의 모바일 사용자들은 단 한 차례의 터치와 화면 전환도 영겁의 시간처럼 느끼곤 한다. 지그재그의 장점은 화면을 몇 번 터치하지 않아도 검색 결과를 볼 수 있고 각 매장에까지 이르게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검색량 제한: 한 번의 검색에 표시되는 결과를 5000건으로 제한한 것도 검색시간을 아낌으로써 사용자경험을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 패션앱에서는 5000건은 많은 양이 아니다. 지그재그와 경쟁하는 다른 앱들은 검색 결과가 최소 8000건에서 10만 건 이상까지 리스트업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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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내가 큐레이션에 대해 다른 시선을 갖게 해 준 대표적인 사업 세 가지다.
최근 사피엔스라는 책을 읽고있는데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인종과 달리 DNA적으로 사소한 네트워크 능력이 하나 갖춰졌는데 인간이 지금과 같은 사회를 이루고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간의 자연적 네트워크 구조는 150명이 한계인데, 허구(종교적, 사회적)를 통한 결속력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지금과 같은 사회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인데 호모 사피엔스보다 덩치가 크고 몸이 좋은 큰 호모 에렉투스는 혼자서 사냥을 가서 실패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무리 지어 큰 동물을 사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느낀 점은 세상을 움직인 것 바로 ‘스토리’ 즉 허구라는 것이다. 150명 이상을 결속시킬 수 있는 신화, 종교는 물론 중세를 들어 왕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기사도 정신과 명예를 만들어냈고, 모성애를 통해 아이들이 더 많이 살아남게 만들었다.국가를 만들고, 힘을 길르며, 권력을 지켜내는데 바로 이 스토리를 항상 이용했던 것이다.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에 티리온 라니스터가 말하길 세상에 사람들이 뭉치게 하는 가장 큰 무기는 좋은 스토리’라고 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네트워크 요소가 가장 무섭게 발전한 지금의 시대 ‘강력한 허구’는 지금 대중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이야기를 공유하며 서로가 서로를 탐닉한다. 이런 부분을 볼 때 과거 미디어가 쇼핑 시장의 권력이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을 쥐고 있는 사람이 권력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데이터는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 쇼핑몰의 데이터는 모든 소비자의 패턴을 담지 못한다. 다른 쇼핑몰도 이용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프레임에 빠져 허우적되기 싶다. 또 이런 알고리즘도 시대에 흐름에 맞게 새로 생겨난 하나의 장치일 뿐이라 난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존 오프라인의 방식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역할은 다를 수 있지만 이것이 분명 하나이다. 오프라인의 경험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여 인간의 직관과 기술이 만났을 때 나는 가장 훌륭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오프의 경험, 미디어적 시선, 데이터 활용이 세 가지가 지금 세대에 맞게 하는 것
현 사업에 가장 필요한 핵심 요소입니다.
참고자료
- 마케터의 여행법, 북스톤, 2019
- 매거진 B No.51 MR PORTER, 2016
- DBR 249호 지그재그 편,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