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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11. 2019

터키, 체쉬메를 아시나요?

여름의 추억, 에게해의 보석을 발견했다.


프라이빗 비치에 하얀 파라솔이 해안을 감싸 안았다.
  DJ가 선곡한 힙한 음악이 파도를 춤추게 하는 곳, 여기는 체쉬메.


체쉬메(Çeşme)는 터키 이즈미르시에서 서쪽으로 85km 떨어져 있는 에게해 연안의 휴양지이다. 터키에선 유명 관광지이지만 한국인에게는 낯선 곳. 터기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주로 유적지를 찾겠지만 이곳에 살면서 느낀 점은 터키의 자연이 정말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흑해, 지중해, 에게해로 둘러싸인 터키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아름다운 비치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주로 유적지만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터키의 여름은 한국처럼 후텁지근하지 않다. 지중해성 기후답게 태양은 뜨겁지만 그늘진 곳에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무덥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름은 여름. 한국에서 피서로 동해안을 찾던 그 마음으로 이스탄불에서 차로 6시간을 넘게 달려 체쉬메를 찾았다. 우리가 갔던 곳은 C0VE BEACH CLUB(Sakarya, Sakarya Mah. 3143 Sok. No:22/2, Ayayorgi, Çeşme, 35930 Çeşme/İzmir)이다.




  체쉬메는 해안선을 따라 프라이빗 비치가 즐비하다. MOMO BEACH CLUB나 FUN BEACH CLUB도 유명한데, 성수기에는 예약을 못했다면 아침 일찍 가야 한다. 늑장을 부린 이 날, 우리는 최근에 생겨 깔끔하고 자리가 많다고 평이 난 COVE BEACH CLUB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인당 90리라(한화 18,000원 정도)를 지불하고 비치로 걸어 들어갔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밤마다 펼쳐지는 댄스파티의 디제이 소개 포스터였다. 초등학교 3학년 인 아들과 함께 간 우리 부부에게 광란의 밤을 예고하는 이 포스터가 그림의 떡으로 보였지만 왠지 힙한 장소로 와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었다. 낮에는 한가로이 수영과 썬 버닝을 즐기지만 밤이 되면 음주가무와 시끌벅적한 파티가 펼쳐질 것 같은 반전 분위기. 아이를 데리고 밤늦게까지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냄새만 맡다가 가도 흥이 돋는 이 맘은 뭐지?




  결혼생활 10년 차, 해외 육아와 살림에 지칠 법도 한데, 아직 나에게 남은 흥이 있구나! 헤헤^^. 

에게해의 선명하게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찌르는 듯한 햇볕, 투명하고 차가운 바다가 찰떡같이 어우러진다. 쭉쭉 뻗은 야자수 아래에서 긴 비치 체어를 가져다 놓고  세상 이렇게 편한 자세는 없다는 포즈를 취해보고 싶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10살 외동인 아들이 바다로 먼저 뛰어가 연신 엄마를 불러댄다.  물과 관련된 것에는 1도 취미가 없는 아빠를 대신해서 오늘도 나는 시리도록 차가운 에게해에 몸을 던져야 한다. 아무도 래시가드를 입지 않는 터키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우리는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라도 하듯 위아래로 입은 래시가드에 구명조끼까지 착용하고 나서야 물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안전이 제일이라는 관념이 머릿속에 장착돼서 일까? 수영장 수영만 가능한 우리는 차가운 터키 바닷물에 쥐라도 날까 염려스러워, 터기산 보다 훨씬 질 좋은 한국산 구명조끼를 단단히 조이며 든든한 마음으로 "풍덩" 투명한 물속으로 몸을 던질 수 할 수 있었다. '아! 이 순간은 진정 시원한 여름이구나! '한국에 동해 바다 같은 익숙한 편안함은 아니지만 체쉬메 바다의 물 맛도 동해바다만큼 친숙하게 짭조름했다. 다이내믹한 파도는 아니었지만 색다르게 넘실대는 파도에 내 몸도 출렁거리며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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