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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Feb 09. 2022

에미노뉴에서 슐레마니예 자미까지

두 여자의 일상 여행

여행 가이드 친구가 생겼다


  코로나 백신은 3차 접종까지 맞았고, 온 유럽은 마스크를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안 쓸 용기까지는 없지만, 이제는 이스탄불 이곳저곳을 사부작사부작 다녀보고 싶다. 새로 알게 된 가이드를 했던 친구는 유럽 사이드에 살고 나는 아시아 사이드에 살고 있다. 그녀와 함께 에미노뉴에서 시작해 슐레마니에 자미까지 가보기로 했다. 여행 가이드인 친구와의 동행이라니, 코로나 덕에 1년 반을 갇혀있던 나는 어제 이곳에 온 듯 아직도 이스탄불이 낯설다. 안내해 줄 친구까지 만났으니, 이제야 이스탄불과 친해질 시간이 왔다.

카디쿄이에서 페리를 타고 에미노뉴까지 오는 20여분의 시간은 이동 시간인 아닌 힐링 타임이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스포로스 해협 위에서 파노라마 뷰로 이스탄불을 전망하며 갈매기들과 "안녕" 인사할 수 있는 시간. 페리 위에선 늘 이스탄불 여행을 온 듯 설레는 마음이다.


에미노뉴 선착장에서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 우리는 한글학교에서 만난 사이라 서로에게 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처음 호칭이 이렇게 되니, 그게 또 나름 편하다.

오늘은 에미노뉴 선착장에서 슐레마니에 자미까지 가서 자미 내부를 보고, 우리가 둘 다 좋아하는 쾨프테 집에서 오랜만에 쾨프테를 잡사 주기로 했다. 마무리는 술탄 아흐멧 지구에 그녀의 최애 커피집이라는 작은 카페에서 드립 커피를 마시기로 일정을 정했다.


그럼 이제, 구글맵을 찍고, 출발?

하지만, 내 친구 이선생은 구글맵이 필요 없다. 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허름하고 음산한 이집션 바자르의 뒷골목으로 나를 인도하는 그녀. 그녀의 직업이 여행 가이드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났다. 나는 단독 가이드 투어를 다니는 기분이다. 신난다^^. 나에게 새로운 코시국이 열리고 있구나!

이제 집 밖으로! 이스탄불로 행군하라!


이스탄불에 살면서, 늘 한 번은 와봐야지, 와봐야지 했던 그곳을 오늘에야 오다니.

그 코로나라는 놈 때문에!

바로 터키의 천재 건축가, 미마르 시난의 작품, 1557년에 완공된 오스만 제국의 최고 걸작 건축물인 슐레마니예 자미에 터키 온 지 3년 만에 와 본다.

소피아 성당의 돔과 같은 크기라는 직경 27.5미터의 슐레마니에 자미의 돔 아래로 스테인드 글라스 오색창연한 빛이 자미 안에 카펫에 쏟아진다. 이슬람 사원에 빠질 수 없는 올리브유 등이 주렁주렁 매달린 샹들리에. 여기에 슐레이만 자미의 특별한 점이 있다. 저렇게 많은 올리브유 등을 밝히게 되면 얼마나 많은 그을음이 발생했을까? 그 매쾌한 그을음이 자미 안을 가득 채우면 예배할 때 눈물이 저절로 날듯(?)하다. 터키의 가우디라는 미마르 시난은 천재 건축가라는 호칭에 맞게 이 문제를 과학적인 설계로 해결했다. 미마르 시난은 자미 내부 통풍과 환기까지 고려하여 자미를 지었다. 올리브유 등에서 나오는 모든 연기는 자미 상단의 그을음 방으로 모이게 자미의 내부를 설계했고 여기에 모인 그을음을 따로 모아 서예가들의 먹으로 사용하게 했단다. 건물 전체를 그을음이 모이게 설계하다니, 디자인이 기능을 담고 기능을 디자인으로 만드는 천재만 할 수 있는 디테일의 점정이 보인다.


붉은 카펫 위에서 성스러운 빛의 세례를 받으며, 자미의 고요를 느껴본다.

자미 밖으로 나와 마당 산책을 하니, 새파란 하늘과 나무들의 초록이 겨울도 잊은 듯 푸르다. 자미의 북쪽에는  묘원도 있다. 이 묘원에는 술레이만 1세와 왕비 룩셀라나의 묘가 함께 있으며, 자미 설계자 미마르 시난의 무덤 또한 여기에 있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왕은 4명의 정식 부인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술레이만 1세는 룩셀라나만 부인으로 두었고 그 사이에서 6명의 자녀를 보았다. 오직 한 명의 여자를 위할 줄 아는 술탄이라니! 피를 뿌리고 다닐 거 같은 정복자,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 한 사람과 완벽한 결합을 꿈꾸는 사랑꾼이었다니!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그들의 무덤가를 지나며 쌀쌀한 공기가 피부에 닿아도 그들의 애뜻한 마음에 온기가 느껴진다.

슐레이마니예 자미 마당에서는 보스포로스 바다 전망을 실컷 음미하고 저 멀리 갈라타 타워로 시선을 돌려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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