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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e Jul 18. 2017

가와즈에서 맡은 신선한 향기

'고독한 미식가' 속 그 맛, 와사비 돈부리



흔히 먹는 튜브 속 와사비와는 전혀 달랐다.
가끔 생와사비를 사용한다고 하는 횟집의 와사비와도 달랐다.

처음 맡아보는 야채의 향기였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야기는 구스미 마사유키가 쓰고, 그림은 다니구치 지로가 그려서 1994년부터 연재한 작품. 2012년부터는 도쿄TV 에서 드라마로 제작하여 방영하고 있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수입 잡화상을 운영하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거래처에 갔다가 갑자기 배고픔을 느낀다. 그리고 주변에 맛있는 식당을 찾기 시작한다. 식당에 들어가 홀로 맛있는 음식을 만끽한다. 음식점과 메뉴가 달라질 뿐 이야기는 매 번 똑같지만 중독성이 있다.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좋고,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멍하니 보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고 나면 무언가 먹을거리를 찾기 시작한다.




고독한 미식가 시즌3의 3화를 보게 된 날은 조금 신기한 일요일이었다. 아침에 우연히 후지산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하나 읽었고, 전날 밤부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라는 소설을 읽고 있었다. 낮잠을 자려는데, TV에서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화면이 나와서 눈길을 멈추고 낮잠을 잠시 마뤄두기로 했다. 


이노가시라는 보통 도쿄의 음식점을 찾아가기 때문에 드라마 배경이 주로 회색 풍경인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화면 안에 초록빛이 가득했다. 시즌3의 3화에서 이노가시라는 시즈오카로 출장을 간다. 미팅을 마치고, 여행객 기분이 되어 이즈반도의 유명한 폭포를 찾아가고 주변에서 맛있는 음식점을 발견한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시즈오카와 관련된 콘텐츠를 다량으로 섭취했기 때문에, 문득 시즈오카에 가고 싶어 졌다. 두 번이나 다녀온 지방이지만, 가봐야 할 곳이 많이 생겼다.




우린 이노가시라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걸었다. 폭포로 향하는 입구에는 수학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팔고 있었고, 이노가시라는 ‘요즘 중학생들도 이런 것을 살까’ 궁금해한다. 이곳은 일곱 개 폭포가 있기로 유명한 가와즈 河津 의 나나다루 七滝 다. 그중 하나 쇼케이다루앞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이즈의 무희’의 남녀 주인공 동상이 서있다. 고로는 이 폭포 앞에서 ‘음이온 탓인가’ 배고픔을 느끼고 서둘러 걸어 나와 맛집을 찾는다. 우린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고로가 들어간 식당 ‘와사비원 가도야 かどや’에 들어갔다. 테이블은 손님들로 거의 다 차있었다. 나는 고로가 두 그릇이나 비운 와사비 돈부리 맛이 궁금했다. 그것만으로는 아쉬워 소바도 나오는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와사비가 상어가죽 강판과 함께 나왔다. 미리 갈아 두어야 한다. 전에 시즈오카에 왔을 때 와사비란 식물을 실제로 봐 두었기 때문에 죽순처럼 생긴 줄은 알고 있었다. 모양은 충격적이지 않았다. 남아 있는 잎을 떼어내고 떼어낸 부분부터 갈기 시작하면 된다. 드라마에서 동그랗게 동그랗게 갈아야 한다는 조언을 보고 왔으므로, 원을 그리며 열심히 갈기 시작했다. 굉장히 강렬한 향이 올라왔다. 처음 맡아보는 야채의 냄새였다. 튜브에 들어 있는 와사비와는 전혀 다른 향기였기에 다소 충격이었다. 이 향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까.


와사비를 가는 일은 생각보다 중노동이었다. 쉽게 갈리지 않았다. 게다가 기대한 것만큼 많은 양이 나오지 않았고 조금 묽었다. 손목이 아파왔다. 가는 것이 귀찮아진 남편이 남은 와사비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어때? 안 매워?"

"전혀 안 매워. 약간 알싸한 정도인데?"


잠시 뒤. 

"오오오 올라온다"

남편의 콧 평수가 넓어지며 흡사 공룡 같이 변했다!


와사비를 아직 다 갈기도 전인데, 돈부리와 소바가 나와버렸다. 와사비에 간장이 닿지 않게 뿌려서 먹으라는 조언이 뒤따랐다. 흰 밥과 와사비와 가쓰오부시에 약간의 간장으로 간을 한 평범하고 평범한 요리. 그런데 정말 맛있다. 흰 밥과 가쓰오부시의 맛과 향이 튀지 않는다. 오로지 와사비 향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른 요리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와사비가 주연이 된 요리! ‘고독한 미식가’에서 밥친구들이라 불린 네 가지 와사비 반찬도 주연을 도와준다. 와사비김, 와사비된장, 와사비절임, 와사비줄기초절임. 이 중 와사비 된장은 매운맛이 살짝 돌아서 우리나라 볶음 고추장 맛과 비슷했다. 내 입맛에 딱이라 한국에 사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여행이 많이 남아 있었기에 아쉬웠다.


와사비 돈부리를 즐긴 후, 대나무 통에 나온 소바도 먹어 본다. 와사비 향이 평범한 소바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소바까지 신선하게 살아나는 것 같았다. '남은 와사비를 씹어먹어 보라'는 남편의 권유에 못 이겨, 살짝 먹어보았다. 식감은 무 같았다. 처음에는 살짝 단 맛이 돌다가 마지막에 코로 확 올라왔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우리는 후식으로 와사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아이스크림이라 전혀 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꽤 매웠다. 코끝을 시원하게 하는 와사비가 아이스크림을 더욱 시원하게 만들었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이즈에서 맡은 와사비의 신선한 향기. 온몸이 정화된다.


이곳을 떠나려는데, 너무나도 귀여운 집이 하나 있었다.



INFORMATION

와사비원 가도야 わさび園 かどや

와사비 돈부리, 와사비 소바, 와사비 소주 등의 메뉴가 있다. 매주 수요일이 정기휴일이며, 재료가 다 떨어지면 일찍 문을 닫기도 한다.

- 주소 : 〒413-0501 静岡県賀茂郡河津町 梨本371-1
- 영업시간 : 식당 09:30~14:00 / 상점 09:00~17:00

- 홈페이지 : http://www.wasabien-kadoya.com


나나다루 쇼케이다루 폭포 初景滝

높이 약 10m의 폭포로, 입구에서 걸어서 8분 거리에 위치에 있다.

주소 : 〒413-0501 静岡県賀茂郡河津町 梨本

홈페이지 : http://www.nanada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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