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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e Dec 27. 2017

그러고 보니 펭귄은
왜 수족관에 있지?

<펭귄을 날게 하라>의 동물원, 홋카이도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이 날지 못하는 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원래는 날 줄 알았지만, 헤엄치는 것이 효율적이라 날개가 점차 퇴화했단 것 역시 어딘가에서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상상해보지 못했다.



펭귄을 날게 하라

* 해당 도서는 본문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전문 성우가 녹음한 음원이 삽입된 e오디오북 형식의 컨텐츠로, 구매시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펭귄은 원래 새였다. 하늘을 날던 펭귄이 왜 바다에서 살게 된걸까? 펭귄의 위대한 선택과 변화와 창조의 위대한 열정 이야기' 펭귄을 날게하라' 눈이 내리는 홋카이도에 위치한 아사히야마 동물원. 1967년 개원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관람객 감소로 폐원 위기에까지 몰리다가 2006년 270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관람객을 유치하여 일본을 대표하는 동물원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펭귄관은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걸어온 창조의 완성품이자 상징이다. 뒤뚱거리는 펭귄이 아닌 하늘을 나는 펭귄은 아이들의 상상력에서 나왔고, 창조의 열정으로 가득찬 사육사들은 고객의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일에 착수한다. 남극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펭귄의 모습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모든 창조의 출발점이 되었다. 고객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과 스스로의 변화임을 일깨워주는 경영우화. 상상을 현실로 만든 꿈의 동물원, 아사히야마. 그 가슴 벅찬 감동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출연자(성우) : 박종희(원장 역),신용우(신조 마사토 역),유경선(사유리 역),이종혁(유키 역),임진응(와타나베 역),곽윤상(구로사와 역),채정우(아톰 역),이지현(주부 역) - 재생시간 : 02:21:20

digital.kyobobook.co.kr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아사히야마 동물원 旭山動物園 에 다녀와서 <펭귄을 날게 하라>라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았다. 어차피 ‘경영 우화’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어 보이는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빼고는 꽤 재미있다. 게다가 며칠 전에 다녀온 아사히야마 동물원 풍경이 아직 생생해서 영상을 함께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 


<펭귄을 날게 하라>는 눈이 내리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신조는 이곳에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수의사.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1967년에 문을 열었지만 관람객이 점차 감소하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때문에 직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지만 늘릴 수 없고, 동물들이 살고 있는 시설이 고장 나도 고치기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릴라와 여우원숭이가 에키노코쿠스증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관람객들의 신뢰까지 잃게 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2006년 300만 명이 넘는 경이적인 관람객 수(일본에서 도쿄 우에노 동물원을 제외하고 1위)를 기록한 기적 같은 이야기. 실화다.


photo by LKP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들어서면 어딘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선 동물들과 관람객의 거리가 가깝다. 덕분에 나는 펭귄이 고약한 지린내를 풍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만 동물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동물들은 마냥 축 늘어져 있지 않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 행동이 마치 우리를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 부모님 참관 수업 날 열심히 손을 들며 발표하고, 급식도 남기지 않는 아이들 같이.


펭귄관에 들어가니 제일 먼저 훔볼트 펭귄이 보였다. 유리에 부리를 대고 서 있다. 무언가가 마음에 안 들어 보인다. 가끔씩 슬쩍 눈을 떠서 우릴 쳐다보는 모습이 관심을 끌고 싶은가 싶기도 하고.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작정이지’ 궁금해 한참을 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하얀 눈 위에 서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무리 지어 있는 펭귄들이 있다. 조금 다르게 생긴 펭귄 한 마리는 무리와 떨어져 고독을 즐기고 있다. 중년의 뒷모습을 한 젠투펭귄. 가장 큰 특징인 긴 꼬리 때문인지 더욱 처져 보였다.


우환이 있어 보이는… 젠투펭귄


남편이 “쟤 이상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무리의 한 쪽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의 끝을 따라가 보니 아기 펭귄이 서 있었다. 두터운 갈색 털을 입고 있는. 펭귄이 성조가 되기 전에 이렇게 털북숭이인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만난 아기 펭귄은 흥미로웠다. 생각보다 다 큰 펭귄과 크기 차이가 나지 않았고, 털도 굉장히 따뜻하고 폭신해 보여서 만져보고 싶은 욕망을 누를 수가 없다. 물론 코를 찌르는 냄새가 뻗어 가는 손을 자연스레 멈춰 준다. 다큐멘터리에서 보고 기억하고 있는 황제펭귄의 아기들은 회색털을 입고 있는데, 이들은 갈색 털옷이다. 알고 보니 킹펭귄. 황제펭귄과 킹펭귄. 생김새가 매우 닮아 크기 차이 정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기들이 이렇게 다르게 생겼다니. 사실 이곳의 명물은 펭귄들이 나와서 뒤뚱뒤뚱 걷는 펭귄 산책이다. 겨울철 펭귄들의 운동부족 때문에 생긴 이 이벤트는 눈이 쌓인 시기에만 진행된다. 우린 이벤트 시작 이틀 전에 가버린 탓에 펭귄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미 눈이 많이 쌓여 있었는데, 정말 아쉽다. 


폐관하기 직전까지 갔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다시 붐비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당연 ‘펭귄관’이었다. <펭귄을 날게 하라>에서 아사히야마 직원들은 펭귄을 새로이 들여오는 일에 대해 고민하며, ‘수족관과 어떤 차별점을 가 있을까’ 토론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잠시 멈칫했다. (때때로 굉장히 이상한 부분에서 ‘유레카’를 외치곤 한다.) 이제까지 수족관에 갈 때마다 ‘오우 펭귄이 다 있네’ 매번 말하곤 했는데, 이 대목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나에게 펭귄은 부드러운 털을 가진 엄연한 조류라, 수족관에서 만나는 일이 어딘가 모르게 늘 어색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일산 아쿠아리움엔 재규어도 있는 걸 보면, 수족관과 동물원의 경계란 원래부터 애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류이긴 해도 이미 날지 못한 지 오래된 펭귄을 어떻게 날게 할까.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터널로 된 원형 수조를 설치하여 펭귄이 그 안을 헤엄치게 했다. 터널 위로는 하늘이 비치게 하여 마치 펭귄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이게. 


사실 중요한 것은 ‘펭귄’이 아니다. 펭귄의 ‘몸짓과 생활’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행동 전시’라고 부르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기획은 동물원이 일반적으로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치는데 반하여 동물의 삶을 최대한 보여 주는 것이 핵심. 동물들의 행동을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상상은 많은 곳에 실제로 구현되어 있다. 맹수가 있는 공간에 불쑥 튀어나온 창을 만들어 서로가 긴장하는 공간을 만든다든지, 투명한 원통 기둥을 만들어 바다표범이 그 사이를 헤엄쳐 솟아오르게 한다든지.




사실 우리 부부는 동물원이 있는 아사히카와를 지나다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시간이 약간 남을 것 같은데, 동물원 들렀다 갈까?”

“이제 와서? 왜 처음부터 가지 않고.”

“그러게. 어쩌다가 보니까.”

“갈 거면 아침부터 갔어야지. 충분히 볼 수 없잖아.”

“그럼 관둘까?”

“그래도 아사히카와를 두 번이나 다녀왔는데 동물원에 안 가본다는 건 좀 이상하지. 뭔가 신념이 있어 이제까지 안 간거야?”

“아니. 뭐가 유명하다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래. 자연친화적인 동물원이라고 하는데…”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역사나 특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녀온 것이었다. 편견 없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이곳이 ‘행동 전시’란 기획으로 위기를 극복했단 이야기를 접했다. 고개를 갸웃했던 몇몇 장면의 퍼즐이 맞춰졌다. 이 경험이 꽤 신선했다. 남편과 나는 굉장히 협소한 계단을 딛고 올라가 둥근 창에 머리를 내밀어야 한 이유가 궁금했고, '여긴 왜 이렇게 어지럽게 수조를 둘러둔 거야?' 서로에게 물었다. 


언젠가 다시 아사히카와를 지나게 된다면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꼭 제일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다. 이제 정답을 알았으니, 펭귄이 날아오르길, 맹수가 우리 머리를 향해 돌진하길 기다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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