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거품에서 온 아기 여신

by 이숨



나는 손발이 늘 뜨겁다. 여름밤에는 그 열기 때문에 잠에서 깰 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 손은 아기의 배를 덮는 이불이 된다. 수유 시트에 아기를 눕히고, 따뜻한 손길로 배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몇 번이고 오므렸다 펴던 다리가, 엄마가 전하는 온기에 차츰 멈춰간다. 잘 자야 할 텐데.


새벽 수유가 끝났다.

우리는 시간을 나눠 아기를 돌본다. 아침과 오후는 산후관리사가, 퇴근 후 밤은 남편이, 그리고 새벽부터 아침까지는 내 몫이다. 이 시간은 가장 피곤하면서도 세상의 소음이 사라져 오직 나와 아기만 남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서 잠들기만 바라는 마음은 어둠 속 반짝이는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곧 안쓰러움으로 바뀐다. 지금 이 아이에게 부모는 전부니까.


육아는 좌충우돌, 시행착오 투성이다.

배고픔과 빨기 반사, 잠투정의 미묘함을 구별하지 못해 모두 맘마를 줬다가 큰 배앓이를 겪었다. 다시 배앓이를 겪을 게 무서워 수유 간격을 억지로 늘리다 아기를 여러 번 울리기도 했다. 분유를 한 번에 바꿨다가 아기도 우리도 크게 고생하기도 했다. 지금은 조리원에서 쓰던 분유에서 다른 분유로 적응하며옮겨가는 중이다. 전에는 먹기만 하면 바로 보던 응가 횟수가 점차 줄고 있다.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

아기는 아침과 점심에 가장 활기차다. 그 무렵 나는 곯아떨어져 있곤 한다. 수유 시간에 맞춰 눈을 뜨면 산후관리사가 아이와 함께 웃으며 놀았던 이야기, 발달의 단서들을 전해준다. 잘 자라 줘서 고맙지만 놓친 순간들에 대한 아쉬움도 진하다. 그래서 새벽 수유를 끝내면 졸음을 참아가며 아기를 안고 트림시키며 들여다본다. 아기가 배냇짓으로 방긋 웃는 순간을 어둠 속의 뻑뻑한 눈으로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아기는 자라고, 귀엽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겠지.


며칠 전 분유를 바로 바꾼 일을 댁에 전했다가 남편이 어머니께 크게 혼났다.

“아기를 바다 위에 뜬 거품처럼 소중히 대하지 않는다”라고.

그 말에 아기에게 미안함이 들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사로잡는 낭만이 번졌다.


아프로디테.

사랑과 풍요의 여신은 바다 위 거품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아기는 그렇다. 바다의 거품처럼 연약하고 눈부시게 소중한, 우리 집에 찾아온 사랑의 여신이다. 아직은 큐피드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언젠가 제 스스로 빛나는 존재로 서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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