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이제 외출 금지 몇일째인지 세는 것도 의미가 없다. 예고되었던 4월 3일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로 우리는 장기전을 준비한다. 내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이성적인 것이다.
이태리 부부 생활 계획표
가장 먼저 생활 계획표를 작성했다.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탈리아어 공부, 글쓰기, 유튜브 영상 찍기 등을 꾸준히 해보기로 한다.
상황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여 일부 교민들은 한국으로 귀국을 했고, 곧 이탈리아도 임시 항공편을 전세기 형식으로 운행한다고 한다. 우리는 유튜브를 운영해서인지 사태가 심각해지고 각종 언론사에서 서면 대면 불문하고 인터뷰 요청이 끊임없이 쇄도했다. 처음엔 멋모르고 응대했지만 일부 언론은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만을 쓰길 원해서 앞으로는 안 하기로 했다. 이번 주 월요일을 마지막으로 인터뷰 요청은 모두 거절하는 중이다.
생활 계획표 다음으론 우리에게 묶여있는 돈 말고 당장 생활비로 쓸 수있는 현금 보유량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유로, 한화,달러), 그동안 마련해둔 월급 외 수익 수단을 조금 더 현실화시켜 보기로 한다. 유튜브 스트리밍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그저 우리의 일상과 생각을 나누는 것뿐인데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꾸준히 시도해 볼 생각이다. 어제는 처음으로 슈퍼챗도 받았다.
한국에 있을 때 보다 해외에서의 위기는 심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라 조금씩 고정 월급 외 수익 수단을 만들어 두긴 했는데 위기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다행히 유튜브 이외의 수익 수단들도 유튜브와 연동하여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태리부부"라는 브랜드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브런치도 이태리부부로 작가명을 변경하였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는데 생각보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아직까진 희망 사항이지만
디지털 노마드의 삶
남는 게 시간이다 보니 마음의 양식도 쌓아 보기로 한다.
이탈리아어 책 읽기 수업을 하면서 이탈리아 작가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내가 책 욕심이 많다 보니 읽지도 않은 책이 넘쳐났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이탈리아어 책 읽기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참! 6월엔 이탈리아어 CILS 시험도 레벨을 높여서 도전해볼 생각인데 시험을 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좋아질진 모르겠다. 이탈리아에 살면서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면 삶의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된다. 살기만 한다고 말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역 확장을 위해 이번 기회에 노력해 보기로 한다. 아직까진 다짐뿐이지만
모든 생업이 끊긴 현실에서도 우리는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이탈리아에서 버티기로 했다.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여행은 언제쯤 재기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무작정 버티기만 할 수도 없기에, 지금보다 더 많은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Andrà tutto bene(모두 잘 될 거야)라는 무한 긍정 사고가 우릴 먹여 살려 주진 않을 것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