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이후의 삶
이탈리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코로나 창궐 이후 내 돈 주고 이탈리아 신문을 정기구독하고, 이탈리아 뉴스를 챙겨보게 되었다.
이탈리아 쥬세페 콘테(Giuseppe Conte) 총리에 대한 여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짧은 기간 동안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탈리아 사람 다운 특유의 유머나 여유로움을 잃지 않으며 미국의 현 대통령처럼 감정이나 표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은 참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국가의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전염병에서 만큼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것도 다행이다 싶었다. 비록 초기 대응 실패로 이탈리아의 감염자가 전 세계 2위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긴 했지만 이탈리아 국민이 아닌 나로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최소한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정부를 신뢰하는 계기는 되었다.(물론 자국민들은 이래도 저래도 싫겠지만)
이탈리아의 상황이 좋아지면서 6월 1일부터 예정이던 완화정책이 2주 앞당겨 져서 드디어 5월 18일, 내일부터는 지역 내의 이동이 전면 자유로워 지고 대부분의 영업장들이 오픈을 하게된다.
Da 18 maggio, liberi di spostarsi in macchina o in moto nella propria regione, di vedere gli amici, di andare al bar e al ristorante. Liberi di trasferirsi nelle seconde case al mare e in montagna oppure al lago purché si trovino nella stessa regione di residenza, liberi di farsi tagliare i capelli, di curare il corpo. Liberi di andare al parco e sedersi sulle panchine, di andare in bicicletta e fare sport all’aperto, di partecipare alle funzioni religiose. Ma obbligati a stare lontani almeno un metro, a indossare la mascherina al chiuso o nei posti affollati, a farsi misurare la febbre ogni volta che sarà richiesto.
5 월 18 일부터는 지역 내에서 자동차나 오토바이로 이동하거나 친구를 만나고 바와 레스토랑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같은 거주 지역 내에서 두 번째 집(세컨드 하우스)이 있는 바다나 산으로 가거나 호수에 갈 수 있으며 머리를 자르고, 몸을 돌보는 것이 허용됩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수 있고, 자전거를 타거나 야외 스포츠를 즐기고 종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내나 붐비는 곳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필요할 때마다 열이 측정 되도록 최소한 1 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베네치아 시에서 나눠준 마스크
5월 4일 Fase 2(2단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베네치아 시에서 시민들을 위해서 한 가족당 4장씩 마스크를 나누어 주었고, 외출 시 마스크와 손장갑 필수 착용을 권장하였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전염병 소식이 들리고 이탈리아 내에서도 중국 사람들이 마스크를 대량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서 2월부터 일찌감치 마스크는 구매해 두어서 안심이 되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중국 사람들은 현지 사회에 잘 파고들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편이다. 물론 현지에서 중국 커뮤니티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중국 자본과 힘을 빌려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중국어를 배워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m 간격 유지를 하라는 안내문
5월 4일 봉쇄 완화 이후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사람과 사람 간의 간격을 최소 1m로 유지해야 하며 대중교통 탑승 시에도 마스크와 손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두 달만에 버스를 타봤는데 베네치아는 정책이 시행되자 마자 좌석 표지판이나 버스 기사분을 위한 배려를 잘해두어서 역시 발빠르구나 싶었다. 외출은 허용되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하루에 천 명 이상씩 확진자가 발생하던 상황이라 선글라스와 마스크 손장갑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외출을 했는데 아무도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처음과 다르게 모두가 전염병을 인식하고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피부로 와 닿았다.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만 대중교통에 탑승할 수 있다.
5월 4일부터는 바(Bar)에서 커피나 빵을 테이크 아웃만 할 수 있었고, 18일부터는 좌석 간의 거리를 1m로 유지하면서 실내 영업도 가능해지며, 레스토랑을 비롯해 미용실 등 대부분의 도소매 영업이 가능해진다. 그토록 먹고 싶던 남이 내려준 카푸치노와 브리오쉐 맘껏 먹어보자 싶어 영업 재개 첫날에 빵을 한 번에 6개나 사 왔다.
업장의 좌석수는 줄어들고 두 달이 넘도록 일을 못했지만 직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모두들 어떤 마음가짐으로 전염병 이후의 삶에 임하고 있을까?
봉쇄 완화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당연히 국가의 총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며 확진자 수치가 높아지면 다시 봉쇄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금의 수치상으로는 사실 미래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두 달만에 자유를 만끽하며 마스크로도 감출 수 없는 웃음을 드러내는 현실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전염병 이후에 가장 큰 변화라 하면 스마트 이탈리아로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는 건데, 배달도 예약도 심지어 카드결제도 보편적이지 않던 아날로그의 대명사 이탈리아가 대부분의 관공서 업무뿐만 아니라 베네치아는 대중교통인 수상버스도 일부 구간, 일부 노선이 예약제로 변경되었고, 미술관 박물관도 서서히 예약제로 변경 예정이라고 한다. 상점들에서도 현금보다 카드 결제를 권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배달 서비스가 보편화되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우리 부부도 드디어 자술서가 필요 없이 지역 내를 이동할 수 있는 시점인 5월 18일, 바로 내일 베네치아에 가볼 예정이라 수상버스를 어플로 예약해 두었고, 남편의 체류허가증 발급 업무를 위한 관공서도 예약을 해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빈부의 격차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슈퍼마켓에서 마침 Spesa Sospesa 운동을 하고 있어서 내가 구매한 식재료 중에서 올리브유와 파스타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려놓고 왔다.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식재료는 이탈리아 적십자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모두가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시기에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이 상황을 탓하기만 했지만 문득 먹을것이 있고 잠잘곳이 있는 내가 배부른 생각을 한건 아닐까 숙연해졌다. 그들도 인간인데 배고픔과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테다.
지금까지는 보수적이었다면 내일부터는 매주 적극적인 완화 정책을 펼칠 계획이라 우리 부부도 드디어 내일은 꼭 두 달 만에 베네치아 본섬에 간다. 마치 초등학교 때 소풍 가기 전날처럼 설렌다. 아직 마음껏 여행을 계획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나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 베네치아라는 사실이 왠지모를 벅찬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유튜브 이태리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