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나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엄마의 전이 소식을 듣고 난 후였다.
이곳에 남기로 결정 했지만 가장 흔들리는 순간이 왔다.
엄마는 나의 결혼식을 6개월쯤 앞둔 어느 날 유방암 판정을 받았고, 수술 후 괜찮아 지나 싶더니 한창 코로나가 창궐해 전 세계를 휩쓴 2020년 5월의 어느 날 전이 소식을 나에게 전했다. 이번엔 뇌암이었다. 내 엄마가 암이라는 소식은 두 번째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엄마에게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이탈리아에 전국 봉쇄령이 떨어진 터라 우리 집 앞에 장을 보러 나갈 때도 진술서를 써야 하는데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 건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코로나 시국의 한국행을 포기했다. 엄마가 불쌍해서 혹시라도 엄마가 잘못될까 봐 아니 그보다도 그런 결정을 내린 내가 너무 비겁해서 눈물이 났다. 그로부터 몇 주를 눈물로 보냈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난다.
나는 지극히 현실주의자라 살면서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엄마가 아픈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가톨릭 국가라 동네마다 성당이 있는데 매일 미사 시간마다 찾아가 울부짖으면서 기도했다.
나는 기도 하는 방법도 모르지만 우리 엄마를 살려주시면
평생 당신의 자녀가 되겠습니다.
엄마가 두려워하지 않게 곁에서 지켜주세요, 그리고
제발 더 늦지 않게 엄마를 만나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를 하고 나면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내친김에 이탈리아에서 세례도 받을 생각이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는구나"를 처음으로 느꼈다.
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홈페이지,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채널의 성격이 다르듯이 용도도 모두 다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가벼운 한 두줄의 일상 공유, 홈페이지는 이탈리아 여행 정보 , 브런치는 에세이 형식, 네이버 블로그는 일기, 유튜브는 영상 기록용이다. 남들에게 이렇게 내 일상을 거리낌 없이 공유하는 내가 정작 내 엄마에게는 구구절절 내 일상을 공유한 적이 있었나? 전화도 일주일에 한 번 고작 하고, 가족들의 생사만 확인하기에 급급하던 무뚝뚝한 내가 아니었나. 나는 지금까지 엄마가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하면 정말로 잘 지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15시간의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 후 회복 중 통화에서도 내가 걱정 할까봐 괜찮다고 한국에 오지 말라고 말하는 엄마인데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쉽게 입퇴원을 할 수 없는 엄마는 지금도 병원에서 가끔 나의 유튜브를 보실 거다. 그러나 카카오톡을 제외한 다른 온라인 활동은 전혀 하시지 않기 때문에 구구절절 나의 일상은 알지 못하시겠지.(어쩌면 나의 랜선 친구들 보다도 내 일상을 모를 거다). 그러나 모른다고 해서 자식이 궁금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남편이)백수가 된 이후 요즘 나의 루틴은 아침 6시 이전에 기상하고, 환기 후 간단한 청소, 아침식사 준비, 우리 부부끼리는 C/S라 부르는 SNS 관리를 한 후에 8시 쯔음이 되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고르듯이 엄마에게도 사진을 보낸다.
엄마에게는 나른한 오후 3시쯤일 시간
나는 어제 씨가 없는 아주 달콤한 수박을 먹었고, 이제는 요리도 곧잘 하고, 이서방은 조금씩 살이 빠지고 있고 유튜브도 아주 잘 되고 있다고 주절주절 일방적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나면 아직 회복이 덜되어 맞춤법도 다 틀리게 엄마에게 답장이 온다. 여전히 "나는 괜찮다' 라고 올 때가 많다. 이번에도 진짜 괜찮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괜찮다고 말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해져 "사랑해"라고 보내면 엄마도 "사랑한다."라고 말하며 매일 오후 3시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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