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집이 최고야, 그런데 진짜 내 집은 어디에?

내 집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순간

by 이태리부부

나는 로마에서 세 번, 로마에서 베네치아로 한 번, 베네치아에서 또 한 번 이탈리아에서 꽉 찬 5년을 사는 동안 총 다섯 번의 이사를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코로나로 봉쇄가 되기 불과 며칠 전에 이사를 왔기 때문에 아직 6개월을 채 살지 못했다. 내가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며 얼마나 힘들게 구한 집인데, (집 구하기 편은 아래 글을 참조) 우리 집주인이 코로나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소유하고 있는 집들 중 몇 채를 팔아야겠기에 회계사와 조율 중이라는 소식을 8월 초에 알려왔다. 경기가 좋지 않아 집이 쉽게 팔리겠나 싶으면서도 또 새로 집을 구해야 할까 봐 초조함과 동시에 (아직 결정도 나지 않았는데) 이 집에 정을 붙이지 말자 그리고 필요 없는 물건은 미리 조금씩 버리자 하면서 남편과 설레발을 치고 있는 중이다.


베네치아에서 집 구하기! 그 고군분투 이야기는 아래 글 참조

https://brunch.co.kr/@ivlovevi00/33




우리는 월셋집을 구할 때 힘들긴 했지만 늘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해 정을 붙이고 오래 살고 싶었는데, 오래 살 팔자는 아니었는지 유난히도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집을 자주 옮기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도 신중하게, 꼭 필요한 것만 그중에서도 언제 버려도 상관없는 가장 저렴한 물건들만 구매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무소유의 삶이 살아졌다. (얼마나 무소유였냐 하면 로마에서 베네치아로 올 때 이삿짐으로 화물용 캐리어 4개를 기차를 타고 둘이서 짊어지고 왔다는 말씀) 소유욕은 없지만 여행만큼은 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소유의 의미로써의 내 집은 없고, 비록 자주 옮겨 다니며 사는 처지이지만 남편과 가정을 꾸려 사는 내 집이 가장 좋고 편하다. 최근에는 남부 5박 6일 여행을 다녀와서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가장 먼저 "역시 베네치아 우리 집이 최고야"라고 올렸더라. 아무리 좋은 곳을 여행해도 편한 내 집이 역시 최고인가 보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문득 진짜 내 집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집에 있으면 마치 내가 타지에서 온 손님이 된 것처럼 마냥 편안하지 않고, 내 소유물이 가득한, 무엇보다도 남편과 둘이 함께 꾸려나가는 베네치아 우리 집으로 돌아와야 비로소 진짜 내 집에 온 것처럼 정신과 육체가 온전히 편안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데 아마 해외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이탈리아에 확진자가 전 세계 2위까지 치솟으면서 락다운이 불가피해졌지만 우리 부부는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여기서 우리 집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는데 이제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경제 활동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진짜 삶의 터전'이 되었구나 싶은 생각과 동시에 이곳에서 소유물로서의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숙이서 다시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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