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Caffe la serra

by 이태리부부


카페 라 세라(Caffe la serra)

영업시간 : 월-일 (10:00-20:00)

주소 : Viale Giuseppe Garibaldi, 1254, 30122 Venezia VE

http://www.serradeigiardini.org/it/index.php



겨울철, 갈메기도 쉬어가는 계절

한적한 어느 1월, 안개가 자욱한 겨울날 베네치아 산책에 나섰다. 거의 1년 내내 성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1월 2월만큼은 관광도시 베네치아에서도 한 템포 쉬어 가기에 적합한 시기인 것 같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2~30여분을 걸으면 베네치아 비엔날레(Biennale-2년에 한 번이라는 뜻)가 열리는 자르디니(Giardini-공원) 역에 도착하는데, 자르디니는 이탈리아 말로 정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큰 정원에서 관광지를 벗어나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좋다. 이곳은 카스텔로(Castello) 지역이라고도 불리며 원주민들의 주거가 밀집되어있고, 베네치아 축구단의 축구장이 있어서 축구 시즌이 되면 모든 축구팬들로 북적이게 된다. 특히 주거가 밀집되어 있다 보니 베네치아의 로컬 맛집들도 밀집되어있는데 관광객들에게 추천하기에는 거리가 멀어서 아무리 맛있어도 추천하게 되지 않지만 진짜 베네토 음식을 먹고 싶을 땐 가끔 찾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2019년 1월

겨울철이라 가로수길 가지가 앙상하다. 여름이면 우거진 가로수 그늘 밑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2019년 5월 같은 장소 초여름의 모습

이탈리아에 살게 되면서 사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고 있고, 그것을 기록하는 여유까지 생기게 되었다. 베네치아에서 자르디니 구역이야 말로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우리는 여느 때처럼 카페 라 세라로 향했다. 카페 라 세라(Caffe la serra)는 베네치아의 카스텔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니(Giardini) 정원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물고기 모양의 꼬리 쪽 끝에 있어서 관광지에서는 가깝지 않아 비교적 한적한 편이고, 베네치아 비엔날레(Biennale)가 끝나는 시점에는 북적이는 산마르코 광장을 바라보며 더욱더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데, 나는 산마르코 광장을 바라보는 빨간 벤치에 앉아서 맥주 한 병을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바람을 느끼며 오랫동안 머물다 오는 걸 좋아한다.


관광지가 삶의 터전이 되면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나만의 장소를 찾아
오롯이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어느샌가 아무런 감흥이 없어진다는건 조금 슬프기도 하다.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관광지를 벗어나 잠깐의 여유를 선사할 이색적인 장소임에 틀림없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자르디니(Giardini) 구역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Caffe la serra

외관을 봤을 땐 여기가 카페인지 정원인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이곳은 정원과 갤러리의 목적으로 1894년에 만들어졌으며 현재는 카페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단체와 전문가들이 직접 가꾸는 정원이기도 하고, 꽃집이기도 하고, 미술 수업, 문화 활동, 어린이를 위한 교육활동, 음악회 등을 겸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의 정원도 싱그럽지만 실내에 자리하고 있는 식물들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물론 마음에 드는 것은 구매도 가능하다. 식음료를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실이라는 이름답게 식물과 사람이 한 곳에 어우러지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실내 온실 정원의 카페

이탈리아는 글로벌 체인점들의 진입장벽이 높은 나라 중 한 곳이다. 버거킹, KFC 같은 패스트푸드점들도 최근에서야 입지를 굳히고 있고, 스타벅스도 겨우 몇 년 전에야 밀라노에 오픈을 할 수 있었는데, 같은 음식, 같은 슬로건,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체인점이 아니더라도 이탈리아는 각자의 분위기와 개성을 가진 독특한 상점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게 일차원 적이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이탈리아에서 살아간다는 건 정말 행운이지 싶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를 여행할 땐 맛집 리스트를 숙제처럼 도장찍으며 다니기 보다는 그저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 불쑥 들어가보기를 추천 한다. 훨씬 더 사랑스러운 곳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다.


프랑스에서 만난 내 친구 맹가희가 있다. 그녀와는 프랑스에서 한 번, 한국에서 한 번, 이탈리아에서 두 번 함께 여행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인터넷에서 식당 검색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계획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걷다가 배가 고프면 보이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마음에 드는 공원이 있으면 망설임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의 여행에서 꼭 필요한 것은 무계획과 아무 곳에서나 깔고 누울 수 있는 돗자리였는데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보거나 누가 하는 것을 따라 하려고 애쓰지 않았지만 그런 그녀와 함께라면 마치 내가 유러피언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떨때는 우연히 너무나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하기도 하고 낯선 현지인과 친구가 되기도 했다. 그녀와의 여행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한 번도 완벽하다 싶은 적이 없었지만 모든 여행이 다행이다 싶을 만큼은 좋았다. 그리고는 꼭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스프리츠(Spritz), 티라미수(Tiramisu), 아메리카노(Caffe americano)


우리는 베네치아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스프리츠(Spritz)"라는 음료와 수제 티라미수, 그리고 찰떡같이 한 번에 알아들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처음 이탈리아에 왔을 때 아메리카노를 시키면 아메리카노? 미국 커피? 하면서 미간을 찌푸리던 이탈리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 특히 에스프레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데, 웬만한 관광지가 아니라 동네 카페에서는 아직도 아메리카노를 제조해 주지 않거나,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에 뜨거운 물을 가져다준다. 이토록 맛있는 커피에 왜 물을 타서 마시는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다. 속된 말로 똥물이라고도 표현하는데 그래도 요즘은 많이 발전했다. 심지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곳도 생기고 말이다.


카페 라 세라(Caffe la serra)에서는 베네치아의 특산품 맥주(Birra Venezia)와 수제 디저트, 커피, 차 등을 다양하게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서서 카페 에스프레소 한 잔 털어 마시는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는 커다란 통유리로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앉아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론 아무도 눈치 주는 이는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탈리아에 살면서 정말 그들의 자부심처럼 커피는 끝내주게 맛있지만 가끔은 스타벅스처럼 편히 앉아서 작업하고 수다를 떨거나 멍 때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딱 그 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 점심때는 가벼운 식사류도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고양이도 쉬어가는 곳

이 장소는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만큼 만족도가 높은 쉼의 공간이다. 나 홀로 여행객들에게는 북적이는 관광지를 떠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날 커피 한잔과 멍 때리는 여유를 가져봐도 좋을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집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떤 나른한 날 가만히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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